재즈 거장 마지막 연주 음반 잇따라 발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한 시대를 풍미한 재즈 거장들의 만년은 대부분 불행했다.경제적 궁핍과 가정파탄,그리고 술과 마약으로 인한 심신의 파괴에 시달리다 쓸쓸하게 생을 마감한 것.
하지만 개중에는 그런 악조건을 뚫고 마지막 기력을 다해 예술혼을 불태워 명연주를 남긴 이도 적지 않다.최근 국내에서 재즈거장들의 마지막 연주를 담은 음반들이 잇따라 발매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빌 에번스(1929~80)의“히즈 라스트 콘서트 인 저머니”(오렌지)는 80년 8월15일 독일 배드 회닝겐에서의 공연실황을 담은 것으로 약물중독으로 숨지기 꼭 한달전에 녹음한 것이다.60년대에 전성기를 보냈던 에번스는 60년대 이 후의 재즈피아니스트로는 재즈계에 가장 큰 영향을 남긴 인물로 흔히 클래식의 쇼팽에 비교된다.에번스의 마지막 유럽 공연에서 마크 존슨(베이스).조 라바베라(드럼)와 함께 트리오를 이룬 라인업은 스콧 라파로.폴 모티앙 등과 함께 했던 60년대 초반 이후 최강의 진용으로 평가받는다.
이에 앞서 나온 에릭 돌피(1928~64)의“라스트 레코딩스”(오렌지)는 그가 36세의 나이에 당뇨병으로 요절하기 불과 18일전에 파리의 한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작품이다.돌피는 알토색소폰과 베이스 클라리넷을 번갈아 불어가면서 연 주했는데 특히연주시간 19분의.스프링타임'은 그의 전위적인 면모가 여실히 드러나는 명곡이다.돌피는 찰스 밍거스와 함께 활동하면서 많은 역작을 남겼고,오넷 콜맨과 함께 프리재즈를 개척했다.
이와 함께 트럼페터 쳇 베이커(1929~88)의 마지막 작품이 된 자전적 영화.렛츠 겟 고스트'의 사운드 트랙이 BMG뮤직의 중저가.스톱'시리즈로 발매됐다.베이커는 루이 암스트롱과 같이 트럼펫을 불면서 직접 노래를 부르기도 했는데 ,굴곡을 겪은 그의 삶을 반영하듯 다소 음울한 분위기의 음악을 많이 남겼다.재즈의 고전으로 통하는.마이 퍼니 밸런타인'이나.웬 아이 폴 인 러브'등이 그의 대표작이다.베이커는 마약 복용으로 옥고를 치르는등 방황을 계속하다 58년 암 스테르담의 한 호텔에서투신자살했다.
〈예영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