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즈패션>바지통부터 줄여 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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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우리나라 남성들은 대체적으로 옷에 대한 편견이 무척 강하다.
여성들은 새로운 유행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의 욕구를 곧잘 내비치는 반면 남성들은 스스로의 편견속에 갇혀서 변화를 시도하지못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그런 분들에게 우선 최근의 유행추세에 맞춰 바지통부터 줄여볼 것을 권하고 싶다.실제로 오래전 나는 키가 작고 배가 나온 체형의 한 고객에게 그 당시의 유행에 따라 바지통을 줄여보라고 권했다가 극렬한 반대에 마주쳤다.
그래서 나는 그 고객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차츰차츰 바지통을 줄여나갔고 몇년만에야 고객은 좁은 바지통을 소화하게 됐다.하지만 우습게도 몇년이 지나고나자 유행은 다시 헐렁한 바지통으로 돌아가 헛수고가 되기도 했다.
최근의 유행경향은 남녀를 불문하고.가늘고 길게'옷차림을 연출하는 것이다.
남성 슈트의 경우 어깨는 좁고 허리선은 약간 올라간 듯하게 딱 맞고 재킷 길이는 길어지는 추세다.
바지턱(접어넣은 주름)은 눈에 띄게 좁아지고 있다.심지어 신세대층에선 턱이 아예 없는 바지를 즐겨입기도 한다.
주름 두개짜리 바지에서 갑자기 주름이 없는 바지로의 전환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우선 바지주름이 한개인 바지로 바꿔보자.그러면서 전체적으로 바지통과 부리가 조금 좁은듯한 느낌의 바지를 선택하면 유행을 무난하게 소화한 인상을 줄 수 있다.배가 나오거나 뚱뚱한 사람도 의외로 날씬해 보이는 보정효과를보게 된다.
패션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함께 숨쉬는 공기같은 것이다. 우리는 이를 주체적으로 수용하는 지혜를 발휘하면 된다.
바지통의 유행 경향을 여유를 갖고 받아들여 보면 어떨까.
우영미<솔리드옴므 디자인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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