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금의환향길 LA다저스 박찬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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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LA지사=허종호 기자]6일 오전7시(한국시간) 도미니카에서LA로 돌아온 박찬호는 한달 사이 더욱 자신감에 넘친 모습이었다. 친구.친지들을 만날 기대에 들떠있는 박찬호를 LA시내의 한국음식점에서 만나 그의 심정을 들어봤다.
-겨울리그를 치른 뒤 훨씬 표정이 밝아진 것같은데.
“많은 것을 배웠고 이젠 정말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무엇을 배웠나.
“야구와 야구이외의 것으로 나눌 수 있을 것같다.” -야구 이외의 것이란 무엇인가.
“나는 너무나 행복한 사람이란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내가 가장 좋아하는 야구를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마음껏 해볼 수 있다는 점에 감사한다.그리고 무엇보다 지난 3년간의 외국생활동안 내가 가장 확실하게 얻은 것은 바로 애국심이다.한국 인이라는데무한한 자부심을 느끼게됐다.”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하는 동안에도 같은 이야기를 했었는데.
“도미니카공화국이란 새로운 나라를 경험하고 나니 뿌리에 대한애착과 자긍심이 강해졌다.특히 이 세상에는 열심히 노력하지만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사람도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중의스타라는 공인으로서의 책임감을 더욱 실감했다는 말인가.
“그렇다.도미니카공화국을 떠나기 전날 내가 활동하던 지역의 고아원에 1천달러의 성금을 전달했다.물론 아주 많은 돈은 아니지만 고아 1명이 하루 2달러면 실컷 밥을 먹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뭔가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또 나의 작은 정성이도미니카 공화국사람들에게 오랫동안 한국사람에 대해 좋은 인상을남겨줄 것이란 생각을 하니 더욱 기뻤다.” -이번 한국방문일정도 같은 취지에서 계획한 것인가.
“그렇다.여러 계획이 있지만 어떤 단체나 기업의 초청보다 내가 가장 기대하는 큰 행사는 어린이 야구교실이다.야구기술에 관한한 어린이들에게 잔재주보다 기본기를 가르치고 싶다.또 야구기술보다 각자 꿈을 가지고 꿈을 향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면 좋은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심어주는 것이 이번 방문의 최대목표다.” -2년전 본국방문에 비해 훨씬 들떠 있는 것같은데.
“그렇지 않다.오히려 담담한 심정이다.대신 내가 조금은 떳떳한 모습으로 가족.친구.친지,그리고 팬들을 대할 수 있다는 것이 기 쁠뿐이다.” -겨울리그동안 야구에 대해 배운것을 얘기해보자.40이닝동안 방어율 1.35(6자책점),삼진 32개를 빼앗았는데,투구수가 줄어든 것이 돋보였다.급성장의 비밀은 무엇인가. “잘 알려진대로 도미니카공화국은 메이저리그 스타보급소다.
나처럼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많이 참가한 탓도 있지만 어느 팀이건 1~5번타자들은 메이저리그 타자들에 비해 모자람이 없었다.
그들을 상대로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것에 보람을 느낀다.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제구력에 자신을 얻었기 때문이다.이제는 직구뿐만 아니라 커브와 체인지업도 코너에 찌를수 있다.또.투심(Two Seam)패스트볼'(실밥 2개를 나란히 잡고 직구처럼 뿌리는 구질.박의 투심패스트볼은 스크루볼처럼타자몸쪽으로 휘어 들어간다)을 효과적으로 던지는 요령을 터득했다.” -원래 투심패스트볼을 즐겨 던지지만 96시즌에도 가끔.
투심패스트볼을 사용했었는데,달라진 점은.
“투심패스트볼은 다른 직구보다 공이 많이 움직인다(메이저리그에선 직구의 빠르기와 움직임을 똑같이 중요시한다).겨울리그에 가기전에는 그 움직임을 정확히 조정할 수 없었다.그러나 이젠 움직임의 폭을 알게됐으며,어떻게 배합해야 타자들을 쉽게 처리할수 있는지도 알았다.” -내년 시즌에 기대가 큰 것같은데.
“이제 너무 큰 기대는 하지않기로 했다.기대와 상관없이 최선을 다하면 그만한 대가가 돌아올 것으로 믿는다.” -프로선수의기량은 연봉등 수입으로 대변된다.수입에 대한 기대는 없나.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그러나 스티브(박찬호의 에이전트)에게 맡기고 야구에만 전념하고 싶다.”*** 35면.박찬호'로 계속 -메이저리그에 새로운 고용재계약 조건이 타결되면서 루키들의 최저연봉이 10만9천달러에서 17만달러로 뛰어올랐다.
올시즌 연봉이 12만6천달러였는데 얼마나 오를 것으로 생각하나. “내년시즌 최소한 30만달러를 생각하고 있다.단 더욱 열심히 해서 하루빨리 1백만달러 이상의 연봉선수가 되고 싶다.” -지난 3년동안 연봉과 광고수입을 합해 약 2백만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미국에 갈 때 1백억원,즉 1천2백만달러를 목표로 세웠었는데 목표가 수정되지는 않았나.
“내가 세운 목표에 비해 메이저리그의 상황이 계속 바뀌고 있어 정확히 말할 수 없게 됐다.잘못하면 연봉상한선 제도와 유사한 호화세(Luxury Tax)제도에 묶여 자유계약선수 자격을갖추기까지 앞으로 5년동안 예상보다 더 적은 액수 를 받을 수도 있다.그러나 지금까지의목표를 초과달성할 자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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