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언 해임 일본 막료장 지난해도 “침략은 거짓”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일제의 아시아 침략을 정당화한 논문을 발표해 보직 해임된 다모가미 도시오(田母神俊雄) 전 일본 자위대 항공막료장이 지난해 5월 항공자위대 간부들에게 배포되는 내부지 ‘호유(鵬友)’에 비슷한 원고를 발표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3일 보도했다. 당시 다모가미는 ‘일본인으로서의 긍지를 갖자’는 제목의 글에서 “전후 교육 내용 중 우리나라의 역사와 전통에 무고한 죄를 뒤집어 씌운 부분이 있다”며 “대표적인 것이 일본은 한반도와 중국을 침략해 온갖 잔혹한 행위를 했다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날조한 것으로 증명됐지만 많은 일본 국민은 아직도 그것을 사실로 인정하는 느낌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난징(南京)대학살에 대해서도 “혼란의 와중에 순수한 민간인이 포함됐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본군이 중국 민간인을 조직적으로 학살한 일은 전혀 없었다”고 썼다.

다모가미는 일본의 민간 기업이 주최한 논문 공모전에 ‘일본은 침략국가였는가’라는 제목의 논문을 제출해 최우수작으로 당선된 사실이 지난달 31일 밝혀진 후 보직 해임됐다. 그는 논문에서 “만주와 한반도는 일본 통치 하에서 풍요로워졌고 많은 아시아 국가가 일본의 통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우리가 침략국가였다고 하는 것은 누명”이라고 주장했다.

항공자위대 측은 “내부지는 개인의 연구 내용을 발표하는 것일 뿐 공적인 견해가 아니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마다 야스카즈(濱田靖一) 방위상도 “정부 견해와 다른 의견을 외부에 공표한 것은 막료장으로서 부적절하다”고 밝혔지만 지난해 내부지 투고와 관해선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러나 야당 등 정치권 일부에선 청문회를 열어 진상을 파악하고 문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