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로산다>리엔지니어링 이후 '다음 큰것'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흔히.경영혁신'.구조개편'등으로 번역되는.비즈니스 리엔지니어링'. 오늘날 기업경영이론 분야의 세계적 거장이 된 마이클 해머(48.해머컨설팅 대표.사진)가 90년 미국의 유명 경영학술지.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기고한 논문에서 처음 쓰기 시작한말이다. 93년 이를 한층 체계화한.리엔지니어링 기업혁명'이 출간되자.21세기 기업혁명의 나침반'(존 스컬리 전 애플컴퓨터사장)등의 격찬과 함께 국내에서도 비즈니스맨들의 필독서가 됐다.요즘 해머에게 경영자문을 받으려면 회원가입비만 5만달러 를 내야 하고,그의 비디오테이프 강연집은 2천달러에 팔린다.한해에30~40회 정도 국내외 세미나 출장에 나서는 그의 강연료는 하루 5만달러다.
하지만 이처럼 인기절정인 그의 이론만큼 비판의 화살이 집중된경우도 흔치 않다.특히 리엔지니어링이 많은 경우 조직감축과 감원이라는 모습으로 나타나면서 근로자의 인간관계와 사기를 해치고오히려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반박이 드세어지고 있다.
이젠 기업 경영진들까지“감원은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다.감원없이 경영을 혁신하는 방법을 내놓으라”며 컨설팅회사를 윽박지르고 있다.베인컨설팅이 최근 기업임원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봐도 리엔지니어링에 대한 관심도가 수익 성이나 시장점유율.팀워크 개선등과 같은 다른 경영사안보다 뒷전에 밀렸다.
이처럼 리엔지니어링이 다운사이징과 동일시된 것은 이 개념의 창안자인 해머와 그의 추종자들에게 다같이 책임이 있다.
사실 해머는 최근 보스턴에서 열린 경영세미나를 비롯해 틈날 때마다“리엔지니어링과 감원을 혼동하지 말라”고 줄기차게 강조해왔다.기업조직의 위계를 단순화하고 업무의 흐름에 따라 사람을 기능적으로 재배치하자는 게 자기이론의 요체라는 것 이다.
세계적인 경영자문가인 톰 피터스도“리엔지니어링의 폐해는 사실추종자들이 그 개념을 과용했기 때문에 생겨났다”고 해머를 편들고 나섰다.
하지만 MIT 컴퓨터공학과 교수라는 그의 전력이 말해주듯 해머는 기업혁신을 지나치게.공학적'으로 추구하면서.사람'이란 요소를 소홀히한 것도 사실이다.
리엔지니어링 개념 구축에 크게 공헌한 미국 텍사스대(오스틴)토머스 데이븐포트 교수는“근로태도를 변화시키는 것은 리엔지니어링 이상의 그 무엇이 있다”고 말했다.정작 해머 자신조차“엔지니어로서의 나의 경력이 리엔지니어링 개념을 세우 는데 너무 많이 반영된 것같다”고 토로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 잘잘못이야 어디에 있든 리엔지니어링이 결과적으로 초래한 기업의.비인간화'를 치유하기 위해 해머는 현재 경영혁신의 새 지평을 여는데 골몰하고 있다.리엔지니어링 실행수단의 새모델 개발이다.소위.다음의 큰것'(Next Bi g Thing)이다..지식경영',종업원을 하나로 묶는 기업소프트웨어.인트라넷,그리고 이들을 통한 새 성장전략이.뜨거운 후보'들이다.해머의 최근 저서의 제목이.리엔지니어링을 넘어서'인 것도 이런 점에서 의미심장하다.앤더슨컨설팅.앨런& 해밀턴등 굴지의 컨설팅 거인들도 뒤질세라 뛰고들고 있어.다음의 큰것'에 세계 경영계의관심이 쏠리고 있다.

<홍승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