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문단 우상 왕샤오 공산당 문화정책에 집필의욕 상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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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중국 문단에서 최고의 베스트셀러작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왕샤오(38.사진).부패한 경찰.스파이.불륜남녀.사기꾼등 부정적인 인물을 내세워 중국의 현실을 담아낸 그의 작품은 모두 20여권.판매부수가 총1천만부를 넘어섰을 뿐만 아니라 10여 작품이 영화화되거나 드라마화돼 대중의 사랑을 받기도 했다.가난하고핍박받는 사람들의 현대판 중국의 우상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그런 그가 최근 장애물을 만났다.중국공산당이 느닷없이내건 정신문화 향상이라는 난관을 만난 것이다.그의 작품중에서“베드신까지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일부 작품은 숭고한 도덕적 가치를 조롱할 뿐 아니라 금권사상과 극단적인 개인주의를 유 포하고있다”는 인민일보의 비난을 빠져나갈 작품은 하나도 없다고 해도지나치지 않다.
왕샤오는 이미 집필의욕을 상실했다.지난 여름에는 당국의 조치로 새로운 선집발행이 좌절됐다.그후로도 영화화 계획이 2건이나취소됐으며 그가 쓰는 TV대본은 어김없이 검열을 거쳐야만 한다. 영화화에 실패한 그의 작품.위기에 몰린 인생'은 불륜이 걸림돌로 작용했다.같은 분위기의 미국소설.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지금도 중국에서 널리 읽히고 있는 가운데 가해진 제약이어서왕샤오의 분노는 더욱 크다.왕샤오의 항변은 이렇다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영웅적인 인물이라고는 한사람도 눈에 띄지 않는판에 어떻게 윤리소설을 쓸 수 있겠느냐.
참고할만한.현실적 자료'가 없는 셈이다.현실을 쓰고 싶다.현실에 눈감을 수 없는 존재가 작가들 아닌가.” 66년부터 시작된 중국문화혁명의 추잡한 행태를 목격하며 성장한 왕샤오 세대는중국에서 .환멸의 세대'로 불린다.왕샤오의 문학세계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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