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이봉주 후계육성 시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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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이봉주는 기어이 해냈다.그러나 이번 승리가 마지막은 아니다.
그가 애틀랜타올림픽에서 3초차 2위로 골인한 순간부터 다짐한 2000년 시드니월계관은 아직 머나먼 곳에 있다.그렇다고 이봉주 혼자에게만.2000년'의 책임을 지울 것인가.
그래서도 안되고 그럴 수도 없다.마라톤의 저변을 확대하지 않고서는 한국마라톤이 얼마 안가 벽에 부닥칠 것이기 때문이다.우선 선수층을 보자.현재 육상연맹에 등록된 마라톤선수는 고작 50명가량.그나마 이름만 걸어놓은 선수가 절반이 넘고 실업팀 숫자도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대부분 대학팀 또는 시.군청팀인데다 선수도 팀당 한두명 뿐이어서 블로킹돌파.페이스메이킹등 마라톤의 부분전술훈련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어지간한 20대남자는 모두 마라토너라고 할 정도인 에티오피아.케냐등 아프리카는 논외로 치더라도 이웃 일본만 해도 제대로 된 실업팀이 80개(팀당선수 20명이상)를 넘는데 비하면 한심하다 못해 위태로울 지경이다.단일팀으로는 세계최초 로 2연속 올림픽메달을 획득한 코오롱팀에도 선수는 단 5명 뿐이다.때문에정봉수감독은 외국기자들이 선수숫자를 물어올 때가 가장 곤혹스럽다고 말하곤 했다.한국마라톤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극소수.믿는 다리'에만 의존해온 풍토부터 고쳐야 한다.황영조가 올림픽 대표선발전에서 탈락한 뒤.애틀랜타의 이봉주'가 있기까지 4개월여동안 우리는 얼마나 마음을 졸였던가.한국마라톤은 이제부터가 중요한 것이다.
정태수 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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