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명이 그린 ‘불황의 자화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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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호 01면

금융위기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요. 중앙SUNDAY 취재팀이 거리에 나가 시민들의 육성을 들어봤습니다. 지난달 24~25일 서울역 광장에서 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는데요. 기차나 전철을 타러, 친구를 만나러, 물건을 사러 나왔던 평범한 시민 109명이 입을 열었습니다.

모든 열차가 멈추고 다시 출발하는 곳 서울역 에서 세상을 읽다

시민들은 금융위기에 따른 실물 경제의 침체를 ‘현재진행형’으로 느끼고 있었습니다. 물가 상승으로 실질소득이 줄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습니다. 씀씀이를 줄인 대상은 먹고, 입는 것부터 교통수단, 사교육비, 경조사비까지 다양합니다. 외식이나 할인매장 가는 횟수를 줄였고, 자가용 대신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는 ‘뚜벅이’가 늘었습니다.

불황의 그림자에서 삶의 소중함을 느끼는 분도 많았습니다. 퇴근하자마자 집으로 직행하곤 합니다. 사회적인 활동보다는 가정 안으로 파고들게 됐다는 답변이 줄을 이었습니다. 책을 더 읽게 되고, 밀린 공부를 하겠다는 응답이 있네요. 경제 기사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요. 반면 스트레스 때문에 오히려 뉴스를 피하게 된다는 답변도 있습니다. 이번 위기의 책임을 미국 월가와 국제금융시스템에서 찾는 이가 많았지만 현 정부와 전 정부의 정책 실패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물가 안정과 고용 안정을 비롯한 ‘안정’이 키워드로 떠올랐습니다.

109명의 양해를 얻어 그들의 사진을 지면에 싣습니다. 일일이 사진 촬영을 하면서 ‘웃는 표정’을 청했는데요. 활짝 하얀 이를 드러낸 웃음은 많지 않습니다. 끝내 미소를 짓지 못한 분도 계십니다. 그래도 정면을 향한 눈매엔 불황을 헤쳐나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2008년 한국 사회의 자화상입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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