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기 집앞 눈은 자기손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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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전날 눈이 온다는 예보가 있었고 내린 눈도 불과 3㎝였는데도교통대란이 빚어졌다.해마다 겪는 일인데도 늑장 대처가 되풀이되고 있으니 분통이 터질 노릇이다.서울의 경우는 바로 전날 제설대책까지 발표했는데도 결과는 그 모양이니 어이가 없다.
우리 행정기관들이 마련하고 있는 제설대책중 가장 결정적인 문제점은 눈이 온 다음에야 제설작업이 시작된다는 것이다.일손도 모자라고 장비도 부족한 판에 착수도 늦으니 제설이 제대로 될리없다.눈은 새벽3시45분부터 내렸지만 서울시의 제설 지시는 4시10분에야 나왔고 그나마 작업이 시작된 것은 2시간이 지나서였다.선진국에서는 눈이 내리기 전에 장비와 제설반을 대기시켰다가 눈이 내림과 동시에 작업을 시작한다.
시청과 구청.경찰간에 손발이 맞지 않는 것도 큰 문제다.일부구청과 사업소에서는 본청의 제설지시를 묵살하거나 제때 실행하지않았다.이는 사후에라도 책임을 철저히 가려 엄중히 문책함으로써일벌백계(一罰百戒)로 삼아야 한다.또 시장이 나 구청장.시의회의원 등이 제설작업을 진두 지휘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도유감이다.다른 나라에서는 제설작업에 열성을 보이지 않은 자치단체장은 다음 선거에서 고배를 마시기도 한다.
당국은 이런 점들에 대한 대책을 세워 다음에 눈이 내릴 때는최소한.대란'은 안 일어나게 해야 한다.그러나 3㎝ 눈에 대란이 일어난데는 시민의 책임도 있다.당국의 잘못을 탓하는데는 모두가 열심이지만 내 집앞 눈은 내가 치워야겠다고 마음이라도 먹는 시민이 과연 몇%나 될까.늑장 대처였으나마 차도나 대로변은그래도 눈이 치워졌으나 주택가 골목길이나 아파트입구 등에는 치우지 않은 눈이 얼어붙어 걷기도 어려운 곳이 적지 않다.
다른 나라에서는 집앞의 눈을 제때에 치우지 않으면 벌금을 물리기도 한다.또 미끄러져 행인이 다치면 눈을 안 치운 집주인이손해배상을 해줘야 하고 이웃의 눈총도 따가워 눈이 오면 다투어집앞을 쓸고 있다.이런 제도나 관행은 우리 사 회에도 정착돼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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