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옛 동화집에 김홍도가-작가 이영희씨가 털어놓은 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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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작가 이영희(65.사진)씨가 샤라쿠(天神)를 만난 것은 우연이었다.자신의 역작인 일본 고대시가집.만요슈'(萬葉集)연구 시리즈중 한 대목의 일본식 해석을 위해 사전을 뒤적이다 눈길이 샤라쿠에 멈춘 게 계기 또는 화근.그의 지적 호기 심은 여지없이 발동했다.
결국에는 일본 18세기말 동화의 최고봉인.쇼도잔테나라이조'(初登山手習方帖.지펜샤이쿠 지음)와 만났다.거기에서 김홍도가 그림속의 한 인물로 묘사되고 있음을 발견하고는 결론을 굳혔다.
따지고 보면 그것조차 그의.만요슈'작업의 연장선이 되고 말았다.한국의 고대어로 적힌 내용을 아무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 셈이니까.정리된 주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그는 내년 3월 단행본 발간을 목표로 집필작업을 계속하고 있다.“책이 나올 무렵 이 사실을 털어놔야 판매에 도움이 되는데….”하지만 한번 흘리기 시작한 그의 얘기는 좀처럼 그칠 요량이 아니었다.
“큰 욕심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다만 고대에서부터 근세에 이르기까지 한.일 문화의 비교연구 없이는 절름발이가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입니다.”그래서 그는 조금 양보해 설령 샤라쿠가 김홍도가 아니어도 좋다는 배수진을 치고 있다.하지만 그는 당시 도쿠가와 막부가 샤라쿠 작품을 고의로 훼손한 것은 그들 스스로샤라쿠가 김홍도임을 알고 있었던 정황으로 간주할 정도다.
사실 지난 3월 아사히TV에 출연해 일본어의 모태가 고대 한국어임을 주장했을 당시 일본내 반론은 대단했었다.하지만 이번 9월의.샤라쿠-김홍도'주장에는 묵묵부답.
그들이 고대 한국어를 모르고 더욱이 김홍도를 모르는 판이니 반론이 없기도 할 게다.그 기세로 그는 12월초 다시 일본 아사히TV와 함께 두 사람의 관계를 규명하는 작업에 나선다.
이번 기회에 그는 김홍도를 일본인으로 위장해 놓은.쇼도잔테나라이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한국 관련성을 몽땅 털어낼 계획이다.그가 족보연구에까지 뛰어든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남이 손대기 힘든 이런 독특한 연구성과는 그의 개인사 때문 이기도 하다.일본 도쿄(東京)에서 4남5녀중 둘째딸로 출생해 한국 포항에정착한 것은 그가 중학교 1년때였다.서울 이화여고 시절 한글학회 우리말사전 편찬작업 아르바이트를 한 게 지금의 그를 있게 한 큰 자산.이후 이화여대 영문과 졸 업.그것도 수석으로.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화.조각배의 꿈'이 당선된 뒤 기자 역임.일본에서 발간된 그의.만요슈'시리즈 7권은 현재 1백만부가팔린 스테디셀러다.
□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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