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거법 개정 후퇴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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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4.11총선후 국민들의 감정은 한마디로 씁쓸했다.개혁선거법으로 처음 실시하는 총선이라는 점에서 선거풍토의 변화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선관위나 검찰의 불법선거 뒤처리,선거비 실사(實査),선거사범 처리과정을 지켜보면서 정치적 구호와 현실의 차이가얼마나 큰지 실감했다.
이런 현실을 보면서 우리 역시 수차례 선거법의 엄격한 적용과함께 선거법의 불합리한 조항들을 개정할 것을 촉구한바 있다.국회 제도개선특위가 선거법개정에 나섰을 때 최소한 지금보다는 나아진 법개정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그러나 여야 가 합의했다는내용을 보면 선거풍토를 개선하자는 쪽이 아니라 오히려 과거로 후퇴시키자는 것이니 한심하다.
우선 선거사범.연좌제(連坐制)'를 폐지한다는 것은 여야의원들이 앞으로 더 본격적으로 돈선거를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 없다.
선거사무장.회계책임자.배우자 등이 기부행위로 징역형을 받을 때는 당선을 무효화시킨다는 현행규정은 너무나 당연하 다.선거에서후보자가 직접 나서서 돈을 뿌리기 보다는 대부분 주변운동원을 통하기 때문이다.영국이나 일본이 이 조항을 유지하는 이유도 그때문이다.
선거사범 공소기간단축 문제도 그렇다.선관위는 제대로 된 선거실사를 하려면 현재의 6개월도 빠듯하다고 한다.이명박(李明博)의원 선거법위반사건만 봐도 공소시효만료일에 임박해서야 밝혀졌다.물론 검찰도 이 조항을 정치적으로 악용하지 말아 야 하지만 이런 공소시효를 지금의 6개월에서 오히려 4개월로 줄이자는건 말이 안된다.
여야가 선거법을 이런 식으로 고치는 이유는 한마디로 기득권을보호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지난 선거에서 위헌시비까지 일어난 현역의원의 의정보고회 특혜,선거비용계산의 구멍인 정당 선거비용문제 등은 그대로 놔두고 기득권옹호에 만 열을 올려서야 되겠는가.공연히 예산과 연계시켜 서두를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각계의 소리를 들어 제대로 된 개정을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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