在庫로 버텨낸 3분기 경제-경기바닥 내년 하반기로 지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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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우리경제의 분기별 성적표 격인 3분기중 국내총생산 집계결과는전형적인.외화내빈'의 양상이다.6.4%로 나타난 경제성장률(GDP기준)은 우리 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그러나 내용을 뜯어보면 그게 아니다.
▶재고가 지탱하는 경제=제조업 성장률은 7.0%며,그중 중화학공업의 성장률은 10.5%에 달한다.
문제는 이같은 성장이 막대한 재고를 바탕에 깔고 있다는 점이다.특히 3대 수출 주력품목인 반도체와 철강,자동차는 7~9월석달동안 열심히 생산해 창고에 쌓아두는게 일이었다.이 기간중 제조업의 평균 재고증가율은 20.7%였는데 이중 반도체 재고는무려 1백10.1%,철강재는 82.6%,자동차는 43.1%나 증가했다.물건이 안팔려도 공장이 돌아가면 국내총생산은 늘어나고성장률도 올라가지만 기형적인 성장이 아닐 수 없다.
▶체감경기와의 차이=공급은 여전해도 수요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수출쪽에서 물건은 잔뜩 만들었는데 국제시세가 형편없이 떨어지는 바람에 수지를 제대로 못맞추는 교역조건 악화현상이 문제다.반도체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내수도 시 원찮다.상반기까지 경기침체가 뚜렷해지고 여기저기 감원바람도 불면서 소비가위축돼 3분기중 민간소비 증가율은 고작 6.0%로 3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2분기까지 경기를 소비가 지탱했던 양상에 비추면 기업이나 상인들의 체감 경기는 더욱 나쁠 수밖에없다. ▶경기바닥은 언제=오히려 예측이 어려워졌다.당초 한국은행이나 한국개발연구원(KDI)등은 지난해 4분기부터 시작된 경기하강 국면이 내년 상반기에 바닥을 친후 하반기부터 상승국면으로 돌아설 것으로 보았다.이런 전망은 금년 하반기중 성 장률이5%대까지 밀리는등 급격한 경기하강을 미리 예상한 것이었다.
그러나 막상 3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은 수준으로 나타나자전망이 엇갈리고 있다.재고조정이 더디게 진행되는 점을 감안하면기업들이 재고부담을 털고 본격적으로 생산과 투자에 나서는 경기상승 국면도 더 늦춰질 수밖에 없다(강상백 韓 銀국민소득과장)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이경우 경기 바닥은 내년 하반기 이후가된다. <손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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