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은 지났다, W형 회복 지켜볼 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최악의 상황은 이미 지나온 것 같다. 실물경제는 붕괴되지 않았고 보이는 것처럼 나쁘지는 않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유로화의 아버지’라 불리는 로버트 먼델 미 컬럼비아대 교수가 내놓은 금융위기 진단이다. 30일 건국 60주년 기념 세계지도자포럼 2부 순서에서는 먼델 교수 등 참석자들이 미국발 금융위기 원인과 해법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로버트 먼델 미 컬럼비아대 교수=미국 경제는 지난해 1~3분기 성장세를 보인 뒤 4분기와 올해 1분기에 성장이 저하됐다. 하지만 2분기에는 3.3% 성장했고, 3분기는 2% 정도 성장으로 예상된다. W자 형태로 회복될지 지켜봐야 할 시점이다. 2002년 초와 비슷한 패턴이다. 당시도 미국의 성장둔화가 먼저 온 뒤 8개월 만에 유럽 경제가 침체했지만, 미국 경제가 회복되면서 상황이 더 이상 악화하지 않았다.

지난달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도록 놔둔 것은 실수였지만, (그 이후의) 구제금융은 올바른 결정이었다. 앞으로 6000억 달러 정도 더 필요할 수도 있다. 현재의 국제 통화체제는 실패로 판명되고 있다. 세계는 각국 외환보유액과 환율을 통제하는 국제통화 체제를 재창조할 필요가 있고, 그런 논의는 이미 시작됐다. 아시아에서도 아시아통화기금을 창설한 후 ‘아시아 공통 통화(Asian Currency Unit)’를 만들 필요가 있다.

◆존 손턴 미 브루킹스연구소 이사장(전 골드먼삭스 회장)=금융위기는 리더십의 위기다. 미국 정부가 시장에 자금을 투입하고 이를 보증해도 은행은 대출을 꺼리고 있다. 은행은 사회 발전이란 공공 목적을 위해 존재하므로 은행 리더는 정부 관료와 비슷한 역할을 해야 한다.

◆데이비드 노트 두바이 금융감독청장=모기지에서 비극이 시작됐다. 주택대출은 어떤 금융상품보다 안정적이어야 하는데도, 위기의 근원이 된 것은 유감이다. 파생상품 시장 운영에 대해선 해결 과제가 많다. 파생상품이 카지노 도박과 같이 거래되고 있다. 은행의 카지노화를 막아야 한다.

◆티에리 드 몽브리알 프랑스국제관계연구소장=경제위기로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가 손상됐다. 최근 몇 달 동안 시장주의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보호주의로 회귀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민족주의 세력이 퍼져 가고 있다.

◆데이비드 에드워즈 SC제일은행장=한국은 지난 외환위기에서 얻은 교훈 때문에 경제 건전성이 높다. 이번 위기로 한국과 아시아는 금융시장을 발전시키고 개선할 기회를 가지게 됐다. 장기적으로 보면 지금은 힘의 균형이 서양에서 동양으로 이동하는 시기다.

예영준·하현옥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