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보복공격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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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를 훼손하는 것은 이슬람의 가치에 어긋난다."

이슬람 원로들이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에 숨진 이스라엘 병사들의 시체를 돌려주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극단적인 팔레스타인 저항세력은 이 같은 원로들의 고언을 뿌리치지 않고 순순히 받아들였다. 시체를 돌려받은 이스라엘군은 무차별 보복 공격을 중단하고 13일 가자지구에서 철수했다.

◇시체 반환 촉구=과격 저항단체인 이슬람 지하드는 지난 11일 사망한 이스라엘 병사의 머리라며 탁자 위에 이를 전시한 비디오 테이프를 아랍계 위성방송인 알자지라를 통해 공개했다. 보복 공격을 벌이던 이스라엘군을 위협하고 철수협상을 벌이기 위해서였다.

이 장면을 본 이스라엘의 여론은 더욱 험악해졌다. 일부에서는 전면전을 벌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스라엘은 병사들의 시체를 모두 회수할 때까지 가자지구 제이툰 지역에서 병력을 철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이 수중에 넣은 이스라엘군 시체를 협상용으로 쓰는 것을 막기 위해 이스라엘은 반드시 시체를 회수하고 있다.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위기였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시체를 즉각 반환하라고 촉구했다.

이스라엘 내 이슬람운동의 창시자인 셰이크 압둘라 니므르 다르위시도 무조건 시체를 반환하도록 호소했다. 그는 "이는 알라의 이름으로 자행됐다고 볼 수 없다"며 "증오와 복수심에서 나온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보복 공격=이스라엘은 이달 초 가자지구 정착촌에서 유대인 5명이 살해된 데 대한 보복으로 지난 11일과 12일 이틀에 걸쳐 대대적인 공격에 들어갔다. 탱크와 전투기를 동원해 이집트와의 국경인 라파 지역의 난민촌 등을 공습하는 등 무차별 보복 공격을 퍼부었다.이 과정에서 12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가 매설한 폭탄이 터지면서 장갑차에 타고 있던 이스라엘군 5명이 사망했다. 전날 새벽에도 가자시티 인근 제이툰 지역에서 교전이 발생했고 팔레스타인 무장단체가 설치한 폭탄이 터지면서 장갑차에 타고 있던 이스라엘군 6명이 사망했다.

한경환 기자,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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