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국책사업>6.끝.제주港 확장공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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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그러나 이곳은 이미 8년초 93년 완공목표였으나 짓다 보니 그 규모로는 도저히 안될것 같아 99년으로 목표가 수정됐다.총공사비 8백73억2천1백만원.
정작 더 큰 문제는 완공되더라도 물동량 처리에는 턱없이 모자란다는 사실이다.확장사업 설계에 따르면 처리물동량 적정수준은 2백여만.

<김종혁 기자.제주="양성철" 기자>*** 5면.국책사업'으로 계속 그러나 이곳은 이미 8년전인 88년 물동량이 3백만을 넘어섰다.해운산업연구원은 2001년에는 약9백만이 몰려들 것으로예상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예상 물동량의 4분의1밖에 감당할 수 없는 항구를 20년동안 건설해온 셈이다.항만청은“79년에 물동량이 83만이어서항구 완공시점에는 많아야 2~3배 정도 늘어날 것으로 판단했던것 같다”고 말했다.
견디다 못한 항만청이 새로 내놓은 계획이 외항개발이다.99년부터 2011년까지 2천5백64억원을 들여 다시 항구를 짓는다는 것이다.항구 확장공사가 끝나기도 전에 새항구를 지어야할 판이다. 제주대 노홍길(盧洪吉.수산해양학)교수는“항구건설의 경우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사업이 현실의 변화를 못따라 가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항 확장공사를 구간별로 들여다 보면 여기저기서 지지부진이다.지난 25일 오전 제주항 제4부두 공사현장.포클레인.덤프트럭들이 먼지를 날리며 부지런히 항구를 드나들고 있다.71억원을들여 95년 착수한 이 사업은 올해말까지가 완공 목표다.그러나공사완료일이 불과 한달밖에 안남았는데 공사진척률은 75%에 불과하다. 그나마 항구와 함께 만들어져야 할 야적장.임항도로등 배후지개발은 손도 못대고 있다.도로를 내야할 지역에 화력발전소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올해 중순에 가까스로 이전협상을 마쳤는데 이번엔 정부예산이 안내려와 내년에도 이전여부가 불투 명하다. 98년 4월 완공을 앞둔 인근 7부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선박접안시설로 활용하기 위한 1백95 구간 안벽 축조공사가 지난 4월부터 시작됐고 24억원이 투자됐다.
그러나 항만청 관계자는“수백의 매립용 블록 4백여개를 바닷속에 밀어넣어야 하는데 제기간에 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한다.
항구공사가 지지부진한 만큼 항구를 이용하는 측의 불편도 크다.해경.해군함정등이 어선에 가로막혀 출동이 지연되는 일이 수시로 발생한다.1천5백급 이상 대형구난함 2척은 배를 한곳에 대놓지 못한채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형편이다.
올 연말 완공예정이라는 4부두를 놓고 상공회의소와 해경은 서로“우리가 써야한다”며 다툼이 한창이다.여객선사.행정관서.화물선사마다 선박 댈 자리가 부족해 연일 아우성이다.
부두건설이 늦어지면서 화물선.여객선.어선이 뒤죽박죽으로 입.
출항하는 바람에 항구관리도 엉망이고 충돌위험도 있다.
한밤중에 하역작업하기는 이제 이곳의 풍속도가 돼 버렸다.견디다 못한 항만청은 제주항을 어항(漁港)과 상항(商港)으로 나누는 분구(分區)사업을 추진했다.그러나 설계용역비 5억원이 전액삭감돼 무산됐다.엿가락 늘이는 식의 항구건설은 이 곳만이 아니다.해양수산부가 신한국당 이완구(李完九.청양-홍성)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건설되는 1,3종어항의 건설비는 93년 총사업비가 4천4백85억원인데 96년엔 7천7백30억원으로 불어나 있다.
공사를 질질 끄는 바람에 물가상승으로만 3년사이 1천6백82억원이 날아갔다.그나마 제주항.부산항같은 무역항 건설에 드는 비용은 제외한 것이 그렇다.전국에서 벌이는 항구와 부대시설 공사 31곳을 확인한 결과 목표연도에 완공되는 공사 가 한곳도 없는게 확인됐다.

<표 참조> 도로와 함께 가장 기본적인 사회간접자본(SOC)시설이라는 전국의 항구들이 이렇게 건설되고 있다.
김종혁.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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