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길잡이>72.연세대-출제경향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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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연세대 97학년도 논술시험은 작년에 비해 논제 수는 줄어들었지만 시간과 분량이 늘어났다.그렇다고 지루한 서론이나 반복적인결론으로 분량을 메우려 한다면 결코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없다. 96학년도 입시 논제와 97년 모의고사 논제를 살펴보면 짜임새있게 출제되고 있다.
매우 미시적인 주제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요구하는 논제를 출제한다. “추상적인 제시문을 내고.자신의 경험을 예로들어 설명하라'는 식이라기보다,그 반대로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고 이를통해 자신의 입장을 보편적 논리를 통해 보편화.정당화하는 것을선호한다”는 학교 관계자의 말도 이런 맥락과 상통한다.
실제로 96년 논제나 올들어 두차례 발표한 모의 논제도 대부분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고 이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보편적 논리로 정당화할 수 있는가를 측정하는 논제가 많이 출제되었다.
.여성할당제'에서.역(逆)차별의 정당성',환경근본주의자의 현대 기술문명의 해결 가능성,미수정 정자의 상속권 문제등이 대표적인 경우다.그 외에도 인간행동에서 인간적 요소와 합리적 요소사이의 관계를 묻는 96년 논제와 개인과 공동체 ,세계화와 민족문화 등도 사회에서 구체적으로 쟁점이 되고 있는 사례를 염두에 두고 출제한 것들이다.
따라서 시사적인 주제나 현대에 새롭게 등장하는 문제를 이론적지식과 매우 효과적으로 연관시켜 출제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한다.현대사회의 여러 사회적 쟁점에 대한 사회학.철학.윤리학적분석을 요구하는 논제가 많이 출제되고 있기 때문이다.아울러 시사적인 주제에서 철학적.사회학적 쟁점을 추출할 수 있는 능력이수험생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런만큼 연세대 논제는 대부분 교과서의 범위를 넘어서는 주제들이다.따라서 사회적 쟁점과 관련된 시사적 주제를 사회학.철학.윤리학적으로 분석한 글들을 많이 읽는 것은 물론 관련 지식을학습해둘 필요가 있다.특히 정보통신기술이나 생명 공학과 같은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야기되는 사회적 문제에 대단히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생명공학에서 야기되는 윤리성의 문제나 컴퓨터 통신의 발전으로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가상불륜'과같은 주제도 출제될 가능성이 높은 주제들이다.
.구체적 사례를 제시하고 보편적 논리로 자기 주장을 정당화'하는 방식의 출제는 공식적으로 발표한 출제방침에서도 잘 나타난다. 즉,▶주변에서 일어나는 사태에 대한 통찰과 인식▶비판능력과 판단능력▶자율적 사고와 건전한 관점▶견해가 다른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토대로 발전적으로 변화시켜 나갈 수 있는 논제를출제한다는 것이다.
채점에서는 창의성.논리성.형식성 순으로 비중을 두고 있다.여기서 창의성이란.개미와 베짱이를 뒤집어 보는 식'으로 궤변도 좋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상식적인 통념이나 이데올로기를 비판적으로 조망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 다.
예를 들면.님비즘'이 공동체 이익에 배치되기 때문에 무조건 잘못이라는 비판보다.권위주의 시기에 억눌려왔던 개인권리의 신장'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교수들은 기본적으로 자유로운 비판을 선호한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이같은 창의성이 시험장에서 생각해서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다.그것을 정당화하는 지식과 논리성을 갖추지 못하면 그 창의성이란 궤변에 불과하고 그때에는 낮은 점수를 받게 된다.따라서 사회적 쟁점에 대해 인문사회과학.자연과학씨 서 논의해 놓은 결과들을 학습해둘 필요가 있다.

<김창호 전문기자>(다음은 고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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