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訪韓한 "자유주의 이후"저자 美 월러스틴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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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최근 출간된.자유주의 이후'(당대刊)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임마누엘 월러스틴(67)뉴욕주립대 교수가 지난 20일 오후 한국사회학회(회장 이근무)초청으로 방한했다..역사적 자본주의'(창비刊).반체제운동'(창비刊).사회과학의 개방'( 당대刊)등 저서의 번역출간으로 이미 많은 국내 애독자를 확보한 세계적 석학이다. 국제사회학회 회장이기도 한 그는 근대 이후 자본주의및자유주의 전개와 위기현상에 대한 깊은 통찰을 통해 대안적 사회과학의 틀을 모색하고 있다.60년대말 정치적 이유로 캐나다 맥길대로 자리를 옮길 정도로 흑.백문제등 미국정치 현실에 대한 깊은 관심에서 시작된 그의 연구는 아프리카.유럽 관계로 옮겨왔으며 이를 통해.근대세계체제'에 대한 분석을 내놓아 유명해졌다. 21일 오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강연회장에서 기자와 만났을 때 월러스틴 교수는 사회주의가 붕괴하기 시작한 1989년을일반의 생각과 달리 “자유주의의 승리라기보다 자유주의의 종말”로 설명하면서“사회주의 붕괴로 이젠 자유주의적 대 안은 무의미하게 됐다”고 주장했다.그는“사회주의 프로그램도 사실상 자본주의 세계체제 내에서 작동한 자본주의 체제의 일부”로 파악하면서자본주의 세계체제의 일부인 사회주의.자유주의가 무너지고 강경보수주의만이 남은 상황에서 앞으로 50 년내 현재의 세계체제가 붕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경제의 번성이란 미래 전망에 대해 월러스틴 교수는“실질 소득률의 하락으로 미국 중산층이 고통받고 있다”며“나는 조교시절보다 소득은 늘었지만 경제적으로 더욱 어렵게 살고 있으며 학생들도 우리 때와 달리 부모들보다 잘 살게 될 것 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같은.자유주의의 위기'와 그가 최근 관심을 둔.사회과학의 위기'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 그는“분명한 연관이 있다”고 잘라 말했다.즉“사회과학은 프랑스 혁명 이후 사회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이념적으로 정당화해왔다 ”면서 하지만 오늘날 사회과학의 위기는“체제위기를 극복할 새로운 문명의 원리를 만들어.변화'의 가능성을 제시하지 못하는데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음에 나타날 미래 사회의 이념적 전망에 대해서는“사회과학자로서 위기를 진단하고 분석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면서 자신의 한계를 명백히 설정했다.그는 자신이 체제를 만드는 사람이 아닐 뿐더러 뉴턴식의 결정론적 법칙에 의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지도,바람직하지도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월러스틴 교수는 22일 한국사회학회 주최 컬로퀴엄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24일 이한했다.

<김창호 학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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