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동체 한발 다가선 APEC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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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아시아.태평양지역 공동체를 지향하는 4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회의가 22일 마닐라 각료회의를 시작으로 개막됐다.지금까지 세차례의 APEC회의가 공동체 실현을 위한 구상과목표,행동지침을 설정하기 위한 준비과정이었다면 이번 회의는 구체적 실천단계로 한걸음 다가서는 모임으로 평가된다.우리나라를 비롯한 18개 회원국이 25일의 정상회의에서 역내의 무역과 투자를 자유화하기 위한 마닐라 실행계획(MAPA)을 채택,97년부터 각국 형편에 따라 단계적으로 실행에 옮기게 된다.
따라서 이번 회의 의장국인 필리핀이 준비중인 실행계획은 APEC의 무역.투자의 자유화 완성을 위한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필리핀이 이번 회의에서 .공동체건설'을 기치로 내건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의미있는 일이다.
마닐라실행계획에 이같은 기대를 거는 것은 모든 회원국의 의견이 세세하고도 구체적으로 반영된데 있다.선진국은 2010년 까지,후진국은 2020년 까지 실천에 옮길 계획을 각국이 개별적으로 마련한 것을 종합했기 때문이다.APEC의 발 전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큰 것은 러시아와 남미(南美)국가들은 물론 인도까지 가입을 열망하고 있는데서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마닐라실행계획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무역.투자의 자유화에 따른 이익을 선진국들이 독점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따라서 경제자유화에 따른 이익을 골고루 누리기 위한 방안으로 이번 회의에서 경제협력과 개발을 강화하는 방안 도 구체적으로 논의돼야 할 것이다.동남아국가연합(ASEAN)이나 유럽공동체(EU)와 달리 경제적.문화적.사회적 배경에서 공통점이 많지않기 때문에 이익을 균배(均配)하기 위한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 또 경제공동체로 발전해 나가더라도 APEC활동이 비회원국들에 배타적.차별적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공동체의 발전은 비단 경제뿐 아니라 우리의 안보환경을 안정시키는데도 큰 몫을 한다는데서 정부의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기 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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