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로,혁명후 첫 교황 알현-경제봉쇄 해결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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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교황청과 쿠바 사이에 극적인 화해가 이뤄지고 있다.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의장은 19일 바티칸을 찾아 쿠바혁명이후 사상 처음으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35분간 알현했다. 카스트로는 이날 자신의 상징이었던 군복 대신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교황청의 의전관례에 따라 교황의 손에 입맞춤까지 자연스레 해냈다.
.공산혁명투사' 카스트로가 .반공의 상징' 교황청에 화해 제스처를 보인데는 물론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
미국 주도의 대(對)쿠바 경제봉쇄 해제에 교황청이 그 지렛대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그는 17일 로마에서 개최된 세계식량정상회담에서 “쿠바는 아스피린조차 수입할 수 없다”며 교황청의 인도주의적 지원을 간접호소했다.
로마노 프로디 이탈리아 총리와의 면담에서는 자신이 예수회학교출신임을 내세우며 “나는 항상 종교를 존중해왔으며 쿠바혁명이 교회의 순교자를 만들어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카스트로는 급기야 교황에게 쿠바를 방문해달라고 공식초청했다.
교황이 쿠바국민들의 고통을 직접 체험해달라는 부탁이다.요한 바오로 2세는 이를 흔쾌히 수락했다고 교황청은 밝혔다.교황은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모든 형태의 경제봉쇄에 대해 반대해왔다. 쿠바는 전체국민의 40% 가량이 가톨릭신자임에도 불구하고 교황이 방문하지 못한 유일한 중남미국가다.
교황은 그의 방문을 통해 혁명후 40여년간의 공산통치로 고난을 겪어온 쿠바 가톨릭교회에 대한 각종 제재조치가 완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쿠바와 교황청간의 우호관계가 지속된다면 교황이 내년 10월초브라질을 방문하는 길에 역사적 쿠바 방문도 함께 이뤄질 것으로보인다. [파리=고대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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