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KBS'찬란한 여명'-명성황후 시해 너무 잔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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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지난 13개월 남짓 19세기 후반 조선말의 숨막히는 격동기를안방에 재현했던 KBS-1TV의 대하드라마 『찬란한 여명』(극본 신봉승.연출 이녹영)이 이번 주말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17일 방영된 99회는 이 드라마가 다루는 시대(1866년 제너럴셔먼호 사건에서 1897년 대한제국 선언까지)의 마지막 부분인 명성황후 시해사건이었다.그런데 명성황후의 시해장면에서 이 드라마는 한가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필요 이 상으로 잔인하게 묘사됐다는 점이다.
궁궐에 난입한 일본 낭인의 비수앞에 포위된 중전은 느린 화면으로 수분간에 걸쳐 십수번의 칼날 세례를 받고 처참하게 죽어가는 모습으로 묘사됐다.선혈의 자국을 남기고 살해되는 장면은 설사 그것이 사실(史實)이었다 해도 시청자로 하여금 『국모의 죽음을 너무 가혹하게 처리한다』는 지적을 들을만 했다.
물론 일제의 잔인성을 고발하는 극적 효과면으로 보면 이해하지못할 것도 아니다.연출자 이녹영PD는 『명성황후 시해사건에 대한 정확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이 장면을 놓고 고민을 많이 했다』며 『일제의 잔인성 부각과 우리 국민의 분노 를 표현하다보니 지나친 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메시지는 생략과 은유등 다른 방식으로 얼마든지 전달될 수 있다.방송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국왕과 그 가족에대한 드라마 묘사는 그것이 설령 선의의 목적이라 해도 왕의 존엄에 누가 되는 묘사는 삼가고 있다고 한다.
명성황후의 처참한 시해장면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역사의 교훈보다 자괴심을 갖게 하지는 않았을까 염려된다.이미 명성황후가 일본 낭인에게 잔인하게 시해됐다는 것을 정설로 알고 있는 마당에이 장면을 마치 상업영화의 폭력장면처럼 만들 필 요가 있느냐는것이다. 〈이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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