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아직도 '일본海'로 誤記 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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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최근 필자는 우연히 92년판 『내셔널 지오그래픽 지리부도』 71~85쪽에 우리나라 「동해」가 아직껏 「일본해(Sea ofJapan)」로 표기돼 있는 것을 발견하고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전세계에 그 권위와 보급률을 자랑하는 이 지 리부도가 이렇다면 다른 것은 보지 않아도 뻔한 일이 아닐까.
그러나 필자는 그래도 혹시나 하고 좀더 면밀히 알아보았다.아니나다를까 92년판 『브리태니카 세계지리부도』와 영국 「더 타임스」사의 93년판 『더 타임스 세계지리부도』,그리고 94년판『옥스퍼드 세계지도』와 96년판 『타임 세계지도 』등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또 90년 독일 만하임에서 간행된 『브로크하우스 백과사전』에도 아직까지 우리 동해는 일본해(Japanisches Meer)로,프랑스의 92년판 『라루스 대백과사전』의 「한국」 항목에서도 우리 동해가 일본해(Mer du Japon) 로 표기돼 있었다.필자가 어렵게 확인할 수 있었던 옛소련판및 중국판 벽걸이 지도에까지도 우리 동해는 일본해로 둔갑된 채 그대로였다.
세계 유명 백과사전과 지리부도가 그러하다면 이를 근거로 한 각국 교과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실제로 중남미의 아르헨티나.멕시코등 4개국 교과서에도 「한반도는 중국의 옛 영토이고,대한민국은 공산주의의 모델이며 동해는 일본해」라는등 한 국 왜곡사실이 허다하다.동해가 일본해라면 이 동해상에 산재하고 있는 모든섬들,즉 울릉도.독도등도 모두 일본 것이란 억설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한국을 제외한 많은 세계인들이 모두 그 잘못된 지도와 교과서를 가지고 한국을 배우고 가르칠 텐데,나중에 우리 후대에 이 일로 인해 한.일간에 무슨 일이라도 벌어진다면 온 세계인이 누구 편을 들어줄지 보지 않아도 뻔한 일이다.
최근 충북대 국제관계연구소 주최 「동북아 협력문제」세미나에 참석했던 일본 방위청 다케시타 히데시 연구관은 이같은 동해의 일본해 표기에 대해 「그 문제는 양국 협의아래 제3의 다른 명칭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대해 동해의 명칭을 청해(淸海).창해(蒼海)등으로 수정하는 방안이 국내 동해학회등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하루속히 우리의 외교역량을 총동원해 잘못된 기록들을 수정하는일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그렇지 않으면 우리 세대는 후손들로부터 「아주 무심하고 게으른 조상이었다」는 부끄러운 비난을 면치못할 것이다.
이명우 〈충북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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