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5권째 … 소설 쓰는 변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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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윤상일(52·사진) 변호사의 가방엔 펜과 백지가 항상 넉넉하다. 변론을 위한 준비가 아니다. 소설을 쓰면서 언제 어디서 떠오를지 모를 영감을 기록해두기 위해서다. 법원에서 자신의 변론 차례를 기다리면서,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메모를 하는 습관이 몸에 밴 지 오래다.

‘소설 쓰는 변호사’라는 별명을 괜히 얻은 게 아니다. “장면 장면이 떠오를 때마다 그 자리에서 글로 옮깁니다. 지하철에서 메모에 열중하다 내릴 역을 지나친 적도 여러 번이지요.”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펴낸 소설이 다섯 편에 이른다. 최근작은 늦여름에 펴낸 『보이지 않는 제국』. 국내 은행과 로펌을 장악하려는 외국 금융세력의 음모를 다뤘다. 간결한 문체와 속도감 있는 진행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서울종합 법무법인 대표변호사인 그는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와 대한변협신문 편집장까지 맡고 있는 터라 빠듯한 시간을 쪼개 지난주에야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신자유주의며 세계화의 물결에 대비하는 우리 자세가 미흡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소설을 쓰게 됐어요. 결국 외국 금융세력이 국내 로펌과 은행을 잠식하는 쪽으로 결말을 내린 것도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섭니다.” 금융 쪽으로 할 얘기가 특히 많다는 그는 2편, 3편을 계속 낼 계획이란다.

1992년 펴낸 데뷔작 『하얀 나라 까만 나라』는 법조계 뒷이야기를 적나라하게 묘사해 화제가 됐다. “법조계를 성역처럼 어렵게 여기는 분들에게 부담감을 덜어주고 싶어 소설이란 장르를 택했습니다. 변호사·판사 간 접대문화 등을 세세히 다루는 바람에 뒷말도 많이 들었죠.” 소설 작법은 독학으로 익혔고, 잘 쓰기 위해 좋은 소설을 많이 읽었다. 수필도 써볼 생각이다. “나이가 더 들면 아버지로서 자식들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를 엮어서 수필집으로 내보려고요. 물론 소설도 계속 써야지요.”

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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