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임대주택 값의 최고 2배 ‘지분형임대’ 비싸도 너무 비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2면

정부가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취지에서 도입한 지분형 임대주택이 기존 임대주택보다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지분형 임대주택 분양조건을 경기도 파주시 운정신도시와 오산시 세교지구에 분양된 주택공사의 10년 공공임대에 시범 적용해 비교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지분형 임대의 임대료가 10년 임대의 1.5~2배인 것으로 추산됐다.

운정신도시 전용 84㎡의 세입자가 분양전환(소유권 이전) 때까지 10년간 내야 하는 임대료는 총 4800만원이다. 이 아파트를 지분형으로 전환하면 임대료가 총 8200만원으로 40% 늘어난다. 지분형의 월평균 임대료는 65만원으로 현재까지 분양된 어떤 10년 임대보다 비싸다. 지금까지는 판교신도시 중대형(전용 85㎡ 초과) 임대료(월 59만원)가 가장 비쌌다.

세교지구 10년 임대 전용 84㎡(월 임대료 43만원)도 지분형으로 변환하면 월평균 임대료가 50만원 정도로 40%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박사는 “구조적으로 지분형의 임대료가 주변 시세 이상으로 매기도록 돼 있어 비쌀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입주 초기 자금 부담도 지분형 임대가 크다. 운정 84㎡ 당첨자가 입주 때까지 내는 보증금은 6900만원인데 이 주택을 지분형으로 분양했다면 주택가격(2억4377만원)의 30%인 7313만원이 필요하다. 이는 10년 임대의 보증금이 세입자들의 임대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변 시세의 80~90% 선에서 책정되는 데 반해 지분형은 일률적으로 집값의 30%를 내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집값이 비쌀수록 초기에 내는 돈도 늘어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지분형 임대가 과거 ‘반값 아파트’처럼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인천에 사는 김용대(35)씨는 “서민들이 월세를 60만원씩이나 주고 어떻게 사느냐”고 말했다.

건설산업연구원 왕세종 연구실장은 “인기 지역의 지분형은 비싸더라도 청약자가 있겠지만 그 외 지역에선 지난해 나온 반값 아파트처럼 외면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