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이면 금리 싼 ¥ … 초강세에도 엔화 대출 급증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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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엔화에 대한 원화 가치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지만 엔화 대출은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급등한 원-엔 환율이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지만 원-엔 환율 상승세가 장기화되면 환차손을 입을 우려가 있다.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은행의 엔화 대출 잔액은 23일 현재 9289억 엔(약 14조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158억 엔 증가했다.

6월 말 이후 석 달간 증가세를 보였던 엔화 대출은 지난달엔 8억 엔 줄었지만 이달 들어 증가세로 돌아섰다. 엔화 대출이 증가한 것은 이달 들어 급등한 원-엔 환율이 떨어질 것으로 기대한 신규 대출 수요가 유입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원화 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금리가 3%포인트 정도 낮은 엔화 대출에 수요가 몰린 것도 이유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설비를 일본에서 들여와야 하는 기업 입장에선 어차피 엔화로 결제해야 하는 만큼 이왕이면 금리가 낮은 엔화 대출을 받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최근 엔화가 달러화에 대해서도 강세를 이어가고 있어 자칫 대출자들이 환차손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8일 100엔당 1395.28원으로 치솟았던 원-엔 환율은 지난 14일 1179.00원으로 급락하기도 했지만 최근 다시 오르면서 27일엔 1550원을 넘어섰다. 국제 외환시장에선 1달러에 92엔대로 초강세다. 이달 14일 원-엔 환율을 적용해 100억원을 엔화로 대출한 고객이라면 열흘 남짓한 기간 동안 대출 원금이 131억원으로 불어난 것이다. 열흘 새 31억원의 환차손을 입고 있다는 얘기다.

엔화뿐이 아니다. 원화가 달러화와 유로화 등 대부분의 통화에 대해 약세를 보이고 있어 외화 대출자 대부분이 환차손 위험이 있다. 5개 은행의 외화대출 잔액은 23일 현재 197억7200만 달러로 지난달 말보다 4억5600만 달러 늘어났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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