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달아 높이곰 돋아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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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사랑과 권력투쟁을 한편의 노래 안에 포개 읊은 그 이중구조가재미있었다.그러나 나선생은 삼중구조라 했다.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고대인은 「갓고돌이」를 한자로 「곽공조(곽公鳥)」라 적었다.이 한자를 일본식으로 읽으면 「갓고도리(かっこうとり)」가 되는 까닭이다.
「갓고(かっこう)」는 뻐꾸기를 가리키는 일본말이다.그리고 「도리(どり.とり)」는 「새」를 가리킨다.
그러니까 「갓고돌이」 한 낱말에 「뻐꾸기」와 「반역」과 「역체위(逆體位)의 성행위」세가지 뜻을 곁들여 노래하고 있다는 것이다.언어의 유희를 곧잘 즐긴 우리의 조상답지 않은가.
『처녀 뱃사공』이란 대중가요가 있지만 그 처녀 뱃사공에 얽힌우스갯소리까지 소개하며 나선생은 한국인의 「말 놀이」감각을 설명했었다.
-한 나그네가 처녀 뱃사공이 젓는 나룻배를 탔다.
『자네 배를 탔으니 내가 자네 남편일세.』 처녀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있다가 나루터에서 배를 내리는 나그네 등에다 대고 말했다.
『내 배에서 내렸으니 자네는 내 아들일세!』 나그네는 실없는농담을 했다 한방 얻어맞은 꼴이 되었다-.
음담같았으나 그럴싸했다.사람의 「배」와 나루를 건네는 「배」.소리는 같으나 뜻이 다른 동음이의어(同音異義語)를 교묘하게 포개 쓰고 있다.에로틱한 고려가요 『동동(動動)』의 첫구절 씀새가 바로 이것이다.
-덕(德)으란 곰배에 받잡고 복(福)으란 림배에 받잡고- 「덕은 뒷배에 받고 복은 앞배로 받고」라는 뜻의 이 고려때 노래첫머리 역시 나루를 건네는 배와 여자의 배인 성기를 동시에 표현하고 있다.
덕은 뒷배에 받고….
고려가요 『동동』에도 역체위가 나오는 것을 보면 이 자세는 예부터 매우 흔했던 듯하다.마치 반역이 흔했던 것처럼….
고대사는 반역사나 다름이 없다.반역에 이은 반역의 연속드라마가 특히 일본고대사의 진상이다.가야계냐,백제계냐,신라계냐,고구려계냐의 대립과 역모(逆謀)와 암살.반란의 소용돌이.그 와중에서 「갓고돌이」인 뻐꾸기 노래도 읊어졌다.
울음소리는 운치있으나 알고 보면 뻐꾸기와 같은 얌체새도 별로없다. 멧새 등 남의 둥지에 알 하나만을 달랑 낳고는 남으로 하여금 그 알을 품게 한다.그것도 모르는 멧새는 자기가 낳은 알과 함께 열심히 품는데 멧새보다 한발 먼저 알을 까고 나오게되는 뻐꾸기 새끼는 태어나자마자 다른 알들을 둥지에서 밀어내 몽땅 깨뜨려버린다.반역중의 반역이다.
글 이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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