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좁은 입학문 넓은 졸업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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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학입학이 하늘의 별을 따는 것보다 어렵다고 말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니다.우리나라 고등학교 학생들은 지옥에서 3년을 보내지만 어디 고등학생뿐인가.그들의 어머니.아버지.가족이 모두 지옥 근처에서 3년을 보내고 있지 않은가.
왜 우리는 이렇게 대학입학을 어렵게 만들었는가.필자가 연세대에 입학했을 때는 대학수학능력시험도 본고사도 없었다.고등학교 성적과 면접이 있었을 뿐이다.필자의 동기생인 안병영(安秉永)교육부장관은 우리들이 대학에 입학했던 1959년보다 1997년이더 후진적인 대학입시제도를 갖고 있지 않나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꼭 입학시험.수능시험을 한 날,한 시에 전국의 고등학교 3학년에게 치러야 할 이유가 있는가.
한국의 고등학교 학생들의 성적이 평준화돼 있지 않아 대학수능시험을 치러야 한다고 누군가가 주장한다면 꼭 한날,한시에 치르게 하지는 않아도 좋을 것같다.미국에서 처럼 적어도 세번쯤 기회를 주면 좋지 않을까.
그래서 그중에 가장 나은 점수가 대학에 보내진다면 좋겠다.그렇게되면 시험불안에 떨고 있는 많은 학생들이 위안받게 될 것이다. 미국에서는 대학수학능력시험(SAT)을 몇차례 정해서 치른다.거기에선 교육부 산하기관이 시험문제를 만들지 않을뿐더러 시험행정을 맡지도 않는다.프린스턴 교육시험연구소에서 문제를 만들고,채점해 학생들에게 통보하고,그들이 지원하는 대학에 통보한다.대부분의 미국학생들은 두번.세번 수능시험을 거치지만 그들 성적은 거의 같다.예외적으로 1천2백점 만점에 1백점 정도 점수가 증가되는 학생도 있지만,세번 치는 시험문제가 똑 같지도 않은데 나오는 성적은 대체로 유사하다.
물론 우리나라에는 프린스턴과 같은 믿을만한 사립 교육시험기관이 없다.교육부도 때때로 공신력을 잃어왔으니 프린스턴과 같은 기구가 생겨날 수도 없었으리라.그러나 지금이라도 신뢰할 수 있는 시험문제출제와 채점,통보의 기구를 하나 만들어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적어도 세번의 시험을 치르게 한다면 얼마나 학생들의 부담이 덜어지겠는가.무엇보다 오늘의 「고등학교 지옥」을 「연옥」정도로는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요인은 대학이 지금까지 입학한 모든 학생들에게 졸업을 보장해온 과거다.대학에 들어가서 대학교육을 받을만한 자질의 빈곤으로 대학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없었다는 말을 한국에서 듣지 못했다.그래서 대학에 들어가면 「반쯤은 놀다」가 졸업한 대학생들이 많다.대학졸업을 보장한 대학이많을수록 무자격의 학생들이 대학에 가고자 한다.
고등학교에서 「나는 대학생감이 안돼」직업교육을 받고 직업전선을 향하도록 조처한다면 대학입학의 어려움이 많이 덜어질 수 있을 것이다.대학생의 자질을 갖추지 못한 학생들에게 대학입학은 지옥이 될 수밖에 없지 않은가.2년제 전문대학에 진학해 직업교육을 받고 직업사회로 들어가는 통로는 그래서 넓을 수록 좋을 것이다. 교육부는 대학에 입학하고자 하는 고등학교 졸업생들을 받아들일만큼 대학에 진학하도록 하는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엘리트들의 대학교육이 아니라 모든 시민들의 대학교육을 만들려 한다면 대학의 자질을 갖춘 대학을 만드는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대학교수다운 교수,대학으로서 필요한 시설(도서관.실험실)을갖추도록 해야 하고,엄격한 규율을 만들어 들어오는 문은 활짝 열렸어도 나가는 문은 좁은 문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입학시험-수능시험을 이대로 끌고가서는 안될 것이다.우리는 역사를 전진하게 해야한다고 믿는다.
崔然鴻 〈서울시립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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