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갈릴레오高의 NIE 수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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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국 샌프란시스코 갈릴레오 고등학교 1학년 사회시간.
삼삼오오 둘러앉아 제각기 선거관련 기사들을 골라 읽은뒤 「사실」과 「견해」의 차이에 대해 토론하는 학생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대통령 예비선거에 대한 여론조사 분석기사를 놓고 여론조사가 선거결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가 하면 입후보자별득표전망 기사가 충분히 중립적인지를 따져보기도 한다.
『민주주의를 가르칠때 실제 선거를 다룬 신문기사보다 더 생생하고 효과적인 교재는 없지요.미디어교육 차원에서 정치와 언론의관계도 이해할 수 있고 좀 더 참여적인 민주시민으로 길러내는데도 효과 만점이니까요.』 수업시간에 신문을 적극 활용하는 이유를 로즈마리 랜슬리 교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최근 몇개월동안 미국 초.중.고생들은 신문활용교육(NIE)을통해 선거와 민주주의.언론의 관계를 입체적으로 흥미진진하게 익혔다. 대통령선거를 계기로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과 샌프란시스코이그재미너 신문사가 개발한 NIE 프로그램 「선거로 말하자」만해도 샌프란시스코 일대의 숱한 학생들이 참가했다.
학생들은 이 두 신문사가 공동운영하는 「The Gate」란 전자신문을 통해 대통령이 새로 선출될 경우 가장 먼저 추진하기를 바라는 여섯가지 정책의 순위를 매기는 방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정치에 반영하는 방법을 체험했다(인터넷 접속이 어려운 학교에서는 정책 우선 순위를 표기한 설문지를 교사가 모아 신문사로우송했다).
신문사에서는 그 결과를 종합 정리한 기사를 보도하고 학생들은그 기사를 놓고 또다시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대통령,상.하원의원,주지사등을 뽑는 모의선거를 치르는 것도 이 프로그램의 일부.
지난 5일 대통령 선거때는 학생들이 부모들과 함께 실제 투표소에 가 별도로 마련된 투표함에 모의 투표를 하기도 했다.
또 신임 대통령에게 바라는 정책과 구체적 실천 방안을 글로 적어 보내도록 했다.
그중 논리적이고 설득력있는 방안을 골라 「시티 라인」이라는 자동응답 전화 서비스를 통해 서로 다른 청소년들의 생각도 알아볼 수 있도록 함으로써 「선거의 모든 측면」을 입체적으로 경험토록 했다.
선거뿐 아니라 올림픽.환경.폭력등 국민적 관심사들을 중심으로특별히 진행하는 NIE 프로그램들도 교사와 학생들의 눈길을 신문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또 지리.수학.언어.역사.과학등 과목별로 신문기사들을 손쉽게활용할 수 있는 각종 안내서들도 신문의 활용도를 극대화시키는데큰몫을 한다.
오직 순간적 느낌에만 탐닉하는 영상매체 세대들의 「읽기 기피증」은 정보 수집.분석 능력과 함께 사고력.판단력.창의성을 저하시킨다는 지적때문에 미국 각급학교들의 NIE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같은 추세에 맞춰 미국 신문업계는 학생들이 신문을 통해 활자 매체와 익숙해지도록 「읽지 않으면 미래도 안보인다」는 캐치프레이즈을 내걸고 교육계와 공동전선을 펼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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