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 구 7단 ●·저우루이양 5단
한국은 농심배 직전에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마인드스포츠게임에서 첫 금메달(남자 개인전 강동윤 8단)과 마지막 금메달(남자 단체전)을 따내며 주최국 중국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바둑 시상대에 한국 선수들이 서서 태극기를 바라보는 모습이 참 좋았다. 그때 단체전 멤버는 이세돌-원성진-최철한-이영구-김지석-한상훈. 이번 농심배 멤버는 이창호-이세돌-강동윤-윤준상-허영호. 이세돌만 빼고 얼굴이 싹 바뀔 정도로 한국에도 강자들이 득시글거린다. 중국과는 아무튼 좋은 승부다.
흑▲로 붙이면 134로 파고드는 건 필연이다. 백이 귀의 실리를 차지하고 흑은 백△ 한 점을 제압하며 하변을 키우게 된다. 143,145의 선수에 이어 147이 놓이자 이제 진짜 승부가 됐다. 하변이 그대로 집이 되면 백은 무조건 진다. 그토록 압도적인 바둑을 단 한 번의 판단 미스로 삽시간에 버려 놓은(?) 이영구 7단. 바둑도 강하지만 성품이 하도 좋아 바둑계 인사들이 입을 모아 칭찬하는 이영구의 얼굴이 이 대목에서 사납게 변했다. 그는 148, 150으로 깊숙이 승부를 걸어갔다.
박치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