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다시 폭풍 속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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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16강전>
○·이 영 구 7단 ●·저우루이양 5단

제10보(134-150)=중국엔 사람도 많고 신예도 많다. 이번 베이징의 농심배에 혜성처럼 등장한 퉈자시 3단만 해도 통 알려지지 않은 인물. 하지만 한국 랭킹 18위의 허영호 6단, 일본 랭킹 1위 야마시타 게이고 9단, 그리고 한국 랭킹 14위의 윤준상 7단까지 3명을 줄줄이 꺾었다. 중국 랭킹을 뒤져 보니 18위. 나이는 이판의 저우루이양과 동갑인 17세. 바둑의 살집이 두텁고 수읽기가 강해 발전성이 매우 좋아 보인다고 한다.

한국은 농심배 직전에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마인드스포츠게임에서 첫 금메달(남자 개인전 강동윤 8단)과 마지막 금메달(남자 단체전)을 따내며 주최국 중국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바둑 시상대에 한국 선수들이 서서 태극기를 바라보는 모습이 참 좋았다. 그때 단체전 멤버는 이세돌-원성진-최철한-이영구-김지석-한상훈. 이번 농심배 멤버는 이창호-이세돌-강동윤-윤준상-허영호. 이세돌만 빼고 얼굴이 싹 바뀔 정도로 한국에도 강자들이 득시글거린다. 중국과는 아무튼 좋은 승부다.

흑▲로 붙이면 134로 파고드는 건 필연이다. 백이 귀의 실리를 차지하고 흑은 백△ 한 점을 제압하며 하변을 키우게 된다. 143,145의 선수에 이어 147이 놓이자 이제 진짜 승부가 됐다. 하변이 그대로 집이 되면 백은 무조건 진다. 그토록 압도적인 바둑을 단 한 번의 판단 미스로 삽시간에 버려 놓은(?) 이영구 7단. 바둑도 강하지만 성품이 하도 좋아 바둑계 인사들이 입을 모아 칭찬하는 이영구의 얼굴이 이 대목에서 사납게 변했다. 그는 148, 150으로 깊숙이 승부를 걸어갔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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