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희칼럼>"영원한 승자,패자도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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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스포츠는 그 의외성으로 인해 대단히 교훈적 가치를 지닌다.마이크 타이슨이 바로 이를 증명해줬다.도박사들은 물론 11대1로타이슨의 압도적인 초반승리를 예상했었다.이들은 말이 도박사지 사실은 모든 자료를 총동원,기업형 정밀분석을 하 는 전문가들이다.그런데 걸핏하면 이들의 전망이 빗나가 현대는 전문가의 수난시대처럼 비춰진다.애틀랜타올림픽에서 남아프리카의 투과니가 우승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천하무적 핵주먹이 심장에 문제가 있는 홀리필드에게 맥없이 나가떨어지리라고 예상하기에는 너무나 위험부담이 컸을 것이다.더구나 3천만달러와 9백만달러라는 개런티가 말해주듯 이 격차가 판단을 흐리게 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또 타이슨은 출감후 프로모터 돈 킹이 주선한 상대들을 모두 특유의 강력한 레프트훅으로 분초를 다투듯 잠재워버렸다.이에따라「타이슨=절대강자」로 모두의 뇌리에 입력돼 버렸다.
타이슨의 공격패턴은 상대를 겁먹게 하는 분위기에다 사정없이 육박해 질러대는 좌우훅의 위력이다.그러나 노회한 홀리필드는 겁은커녕 당당하게 맞서 타이슨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그는 또 타이슨의 눈자위 부상과 가벼운 다운으로 승기를 잡 기 시작했고이때부터 시간은 홀리필드의 우군이 돼버렸다.
거대한 제방도 개미굴로 인해 무너지듯 귀기서린 타이슨의 표정에 순간적인 낭패의 그늘이 스치는가 싶은 사이 챔피언은 의외로허술하게 전의를 잃고 함몰돼 버렸다.
그야말로 임자를 만나도 단단히 만난 셈이다.이기는데 익숙해있던 사람의 실족은 그 화려했던 전력못지않게 실제보다 더 초라하게 보이게 마련이다.TKO패가 선언된 후 타이슨의 주변에는 검은 싱글차림의 젊은이들이 둘러섰을뿐 스포트라이트는 당연히 승자인 홀리필드쪽으로 모아지고 있었다.
오른쪽 팔뚝에 마오쩌둥(毛澤東),왼쪽 팔뚝엔 테니스 스타 아서 애시의 얼굴을 문신으로 새긴 타이슨의 표정은 이날의 패배가믿기지 않은듯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복싱의 천재였고 세계 헤비급 타이틀을 여러차례 석권한 기교파무하마드 알리보다 타이슨의 펀치력이 월등하다는 것은 83.3%인 그의 KO율이 웅변해주고 있다.
그가 머지않아 리턴매치로 권토중래할 것을 믿는 팬들도 많다.
팬들은 패배와 좌절을 극복하고 한층 완숙해진 타이슨의 재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영원한 승자도,영원한 패자도 없다는 스포츠의 순환논리는 모든 분야,모든 사람에게 해당된다 .
인간의 영고성쇠도 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역사는 가르치고 있다.
스포츠는 교만한 승자를 용납하지 않거니와 비굴한 패자도 수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 되새겨준 한판이었다.
〈KOC위원.전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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