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빨리 結者解之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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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의 위정자(爲政者)들이 하는 일을 보면 한심하다 못해 울분이 치미는 일이 한두번 아니다.경제적 곤궁에서 벗어날뿐 아니라 한반도를 안정시킬 수 있는 길이 뻔히 보이는데도 방향을 제대로 잡으려 들지 않는다.
북한정권이 그러는 이유는 분명하다.정권을 유지하고 남한까지 자기네 구미에 맞게 다룰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탓이다.그 때문에 북한이 하는 일,특히 남한에 대한 정책과 행위가 시대착오적 형태로 나타나기 일쑤다.
최근만 해도 그렇다.경수로 관련 부속약정들이 마무리돼 남한의기술자들의 방북(訪北)이 실현되려던 참이었고 대북 식량지원문제도 다방면으로 해결책이 모색되던 참이었다.그런 분위기를 무참히깨버린 것이 지난 9월 북한의 잠수함 침투였다 .
그 때문에 남한사회에서 북한에 대한 경제협력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어버린 것은 당연한 일이다.그런 명백한 무력도발행위를 하고도 협박까지 하는 북한에 대해 국민들의 분노는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정부는 북한이 잠수함 침투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다짐하면 경수로지원 등 대북 경제협력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그런 길을 두고도 북한은미국만 상대로 식량문제.경수로문제를 비롯,모든 문제가 풀릴 것이라는 망상을 못버리고 있다.
그러나 이미 몇차례 우리정부와의 협의에서 드러났듯이 미국정부의 입장도 분명하다.북한은 사과해야 한다는 것이다.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9일 워싱턴 포스트지 회견을 통해,레이니 주한(駐韓)미국대사는 10일 한국방송회견을 통해 더욱 분 명한 어조로북한이 사과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특히 한국의 대응에 『확고한 지지입장』이라는 레이니 대사의 말뜻을 북한은 알아야 한다.
이런 경색된 분위기에서 북한이 미사일 실험계획이 없다고 미국에 통고했다는 소식은 한가닥 기대를 갖게 한다.현실적인 정책의신호로 보고 싶기 때문이다.북한은 자초(自招)한 어려움을 솔직한 사과로 푸는 수밖에 없다.하루 빨리 결자해지 (結者解之)의자세로 나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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