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가뭄 증시 … 작은 충격에도 ‘와르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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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증시 주변 자금이 동맥경화 현상을 보이면서 주가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매수 주체가 사실상 사라진 가운데 프로그램 매도 공세나 외국인 매물이 조금만 나와도 주가가 힘없이 무너지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개인투자자들의 매수 여력을 가늠할 수 있는 고객 예탁금이 크게 줄었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고객예탁금은 이번 주 들어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3일에도 6500억원이나 줄어 8조7300억원까지 내려갔다. 15조원을 넘나들던 지난해 6월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동안 증시를 떠받쳐 오던 펀드 자금도 줄고 있다. 자산운용협회 집계에 따르면 10월 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의 설정액은 나흘을 제외하고는 모두 순유출을 기록했다. 적립식 펀드에 대한 세제 혜택 발표 직후인 20일에는 1300억원이 유입됐지만 다음 날 곧바로 308억원의 감소로 돌아섰다. 이 때문에 투신권은 주식을 팔기에 바쁘다. 지난달부터 투신은 2조8000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삼성증권 이나라 연구원은 “아직 대량 환매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신규 자금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라며 “환매에 대비할 수밖에 없는 운용사 입장에서는 선뜻 주식을 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외국인은 갈수록 매도 규모를 늘리고 있다. 지난달 2조6700억원을 팔아 치웠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10월엔 벌써 4조원 가까운 금액을 순매도했다.

그나마 연기금이 시장을 떠받쳐주고 있는 상황이다. 23일에도 장중 한 때 1028까지 빠졌던 지수가 20포인트 가까이 회복한 것은 장 후반 연기금이 대량 매수 주문을 냈기 때문이다. 이날 연기금은 코스피시장에서 1896억원어치를 순매수하는 등 10월에만 7900 억원을 순매수했다.

하지만 개인을 제외하고는 계속 주식을 팔고 있는 상황에서 연기금 홀로 시장을 지키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동양종금증권 이재만 연구원은 “선진국 시장의 자금 경색이 다소 풀리는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까지 파급되기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당분간 수급 불균형이 주가에 계속 악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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