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가 씨뿌리고 클린턴 수확-미국 경제상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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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 92년 선거때 클린턴이 부시 대통령을 꺾기위해 동원한 최대의 무기는 「경제 악재(惡材)」였다.7%대의 실업률에 1년동안 1백만명이 일자리를 잃은 상황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올해 선거에서 클린턴이 톡톡히 재미본 무기는 「경제 호재(好材)」였다.『실업률은 낮고 성장률은 높은데도 물가는 안정돼 있다.』 클린턴이 등록상표처럼 외우고 다닌 「경제치적」이다.
〈그림참조〉 어느 나라든 좋은 시절을 보내는 유권자들은 현정권을 한번 더 밀어주는데 인색하지 않고 허리띠를 졸라매야할 유권자들은 정권의 목을 조르게 마련이다.그러나 부시 이후 클린턴의 재선으로 이어지는 과정의 경제상황을 들여다 보면 유권자들의판단이 썩 옳은게 아니라는 사실을 잘 말해준다.
◇클린턴은 미국경제 회복에 얼마나 기여했나=미국 경제가 불황의 바닥을 지난 것은 부시 재임 시절인 91년으로 당시 경제성장률(국내총생산 기준)은 91년에 마이너스 1.2%.그러나 부시말기인 92년 미국경제는 3.3%로 이미 회복세 가 뚜렷했고이같은 성장률은 올해 클린턴이 내세우는 경제치적중 하나인 1분기 성장률과 똑같다.
◇「클린터노믹스」의 1등 공신은 누구인가=정부의 간섭이나 도움을 덜 받고 각고(刻苦)의 경영 혁신을 해온 미국 기업들이다.여기다 미국의 중앙은행격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공(功)을 인정하는데 전문가들은 이견(異見)이 없다.
앨런 그린스펀 의장의 FRB는 경기회복을 위해 94년초까지 저금리 정책을 쓰다 당시 정치권.재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플레를 미리 막기 위한 고금리 정책으로 전환,이번에 클린턴이 자신있게 「고성장.저물가.저실업」을 내세울 수 있는 안정 성장의기틀을 닦았다.
◇클린턴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나=클린턴도 한몫을 했다.우선그린스펀 의장은 물론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등 경제각료를 뻔질나게 갈지 않았다.그린스펀과 루빈은 호흡이 잘 맞았으며 각자 금융과 재정을 나누어 책임졌다.
워싱턴=김수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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