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직불금 국정조사에서 경계해야 할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쌀 직불금 불법 수령사건에 대한 국정조사가 다음 달 10일부터 26일간 실시된다. 국정조사 합의에 맞춰 감사원은 지난해 삭제했던 불법 수령 의혹자 명단을 복구하겠다고 밝혔다. 국정조사 특위는 공개 기준을 정하고 사회 지도층 인사를 우선적으로 공개하게 된다. 의혹자가 17만 명이고, 이 중 공무원·공기업 종사자 등이 4만6000여 명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명단이 공개되면 상당한 파장이 일 것이다.

국정조사의 첫째 임무는 진실 규명이다. 어떤 사람들이, 어떤 방법으로 나랏돈을 부당하게 탔는지, 목적은 무엇인지, 감사원이 감사를 해놓고도 왜 숨겼는지, 은폐에 노무현 정권의 개입은 없었는지, 제도 개선은 왜 이뤄지지 않았는지를 파헤쳐야 한다. 그동안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졌는지를 정확히 진단해내야 수술이 가능하다.

동시에 국정조사에서 경계해야 할 일이 있다. 여야의 정치 바람이다. 직불금 파동은 여야 공히 책임이 있다. 부당 수령이 전 정권에서 많이 자행됐지만 현 정권에서도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는 책임의식을 가져야 하며 국정조사를 정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버려야 한다. 벌써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 등 증인 대상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김영삼 정부 시절 군 무기 조달 비리에 대한 감사 때처럼 전직 대통령에 대한 감사는 서면조사가 적절할 것이다. 청문회도 중요한데 특위 위원이 18명이나 되므로 효율적으로 운영하지 않으면 또 깊이 없는 감사로 흐를 우려가 있다.

과도한 포퓰리즘도 경계해야 한다. 직불금 부당 수령은 분명 한국 사회에 만연한 도덕적 해이이다. 그러나 관련자의 소명을 충분히 들어야 하며, 제도적 허점으로 이런 관행이 저질러진 것은 없는지도 찬찬히 살펴야 한다. 관행적 현상이었던 외지인의 농지 소유를 범죄적 시각으로 보는 일도 피해야 한다. 사회문제가 일도양단(一刀兩斷)으로 해결되진 않는다. 책임추궁만큼 제도개선도 중요하다. 더군다나 지금은 경제 비상시국이다. 정치권이나 사회가 집중해야 할 더 중요한 문제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