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자칼럼>여대생 취업,視野를 넓히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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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여대 4학년생 3명의 절망적인 대화 한자락.『아,요즘 난 너무 괴로워.살고 싶지 않다구.내자신에 관해 너무 실망이야.공부는 한다고 하지만 실력이 느는지도 모르겠고 그렇다고 밀어줄 사람도 없고….졸업하고도 취직 못해 백수되면 어떡해 ….』『난 어젯밤 울었어.』『나는 매일밤 울어.』 11월중 대부분 실시되는 대기업 입사시험을 앞두고 붐비는 학교도서관에서 취업준비를 하다가 나눈 얘기다.
요즘 여대생들에게는 「취직은 필수,결혼은 선택」이라는 인식이일반화됐다.상급반이 되면 상당수가 토익이나 토플등 언필칭 국제화시대의 「필수고시」를 봐두고 컴퓨터도 어느 수준까지는 익혀두는등 나름대로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그러나 불황 시대의 인원감축이다,서류전형이다,면접중시다 해가며 계속 바뀌고 있는 입사시험제도는 이들을 끝없이 불안케 한다.
여성에 대한 문호가 넓어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원하는 직장에취업할 수 있는 사람은 선택된 몇일 뿐이다.여성들의 취업열망이얼마나 큰가는 지난달말 서울 거평프레야에서 열린 중기(中企) 여성채용박람회에 매일 2만~3만명씩의 여성이 몰려온데서 바로 알 수 있다.
그러나 참가자들은 그곳에 제시된 대부분의 직종이 전문직이 아님에 크게 실망했다.올봄 대학을 졸업하고 시각디자인학원에서 공부하며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는 한 참가자는 『시각디자인쪽 전문직을 찾고 있는데 없어요.이곳에 제시된 판매직.학 습교재 교사.보험회사 생활설계사.일반회사 영업직은 예전에도 손쉽게 구할 수 있었던 것이에요』라며 낙담한다.
대학의 취업 담당자들은 여학생들이 취업에서 비현실적인 환상만좇는다고 비판한다.3D업종은 피하고 대기업의 사무.전문직만을 원한다는 것이다.또 시류를 지나치게 타서 어차피 몇몇 자리로 한정된 신문과 방송.광고.디자인등의 분야에 몰려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한다는 것이다.따라서 한국사회의 인력수급을 감안,필요한분야에서 자신의 능력에 알맞은 직책을 찾아내는 결단과 용기가 필요하다는 충고다.
94년 4년제 대학졸업자중 여성비율은 40.6%.그중 96%가 취업을 원했으며 70%는 평생직을 소망했다.그러나 취업률은그들중 41.5%.그들이 갈망하는 50대 기업의 취업률은 평균8.6%에 불과했다.일을 통해 자신의 성장과 보람을 찾으려는 여성들은 크게 늘어나는 추세이나 사회변화는 매우 느린데다 여성들의 비현실적 대응이 취업에서 숱한 좌절과 갈등을 겪게 한다.
취업을 원하는 여성들의 획기적인 발상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박금옥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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