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不可 발언 '물밑波長'-내각제 외친 김종필총재발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개헌 절대불가』 발언이 정치권의 물밑을 흔들고 있다.당장 수면까지 부상하진 않았지만 파장은 낮고깊은 곳에서 넓게 번져가고 있다.지금까지 「어쩌면 개헌도 가능하다」는 틀에서 굴러가던게 현행 정치구도다.만일 내년 대선(大選)전 개헌이 절대 없다면 방향은 틀어질 수밖에 없다.
가장 큰 타격을 받는건 자민련이다.자민련 김종필(金鍾泌)총재는 1일 중앙당 월례조회에서 『정치가 뭔지 아는 사람이 정치를해야 국민이 편안하다.정의롭지 못한 생각과 언행을 국민은 불신한다.남이야 뭐라든 우리는 (내각제를)해야겠다』 고 독설을 퍼부은데서도 불편한 심기를 읽을 수 있다.金총재는 『한국은 개인의 나라가 아니라 국민의 나라이므로 심각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며언행을 해야한다』며 金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만일 내년에 개헌이 불가능하다는게 기정사실로 되면 자민련의 활동반경은 크게 좁아진다.개헌론을 매개로 신한국당과 국민회의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며 챙겨왔던 반사이익도 사라지게 된다.
이때문에 자민련 당직자들은 金대통령의 발언을 『항상 해오던 것』이라며 깎아내리고 있다.이동복(李東馥)비서실장은 『새로운게하나도 없는 발언』이라며 『현재 여권내부에서 개헌과 내각제에 대한 광범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음을 역으로 방 증하는 것일뿐』이라고 말했다.안택수(安澤秀)대변인은 『내년부터 지구당 중심으로 내각제 논의를 더욱 가속화해 나갈것』이라고 말했다.
국민회의는 환영성명을 냈다.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1일 『대선을 1년 앞둔 시점에서 개헌논의는 정국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논평했다.국민회의는 여권이 개헌불가 방침을 확실히 하면 자민련이 더이상 「여권과도 내각제 제휴가능」등 「딴맘」을 품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같다.그러면 야권공조의 가능성은더 커진다.
여권내부에도 보이지 않는 파장이 있다.신한국당에서는 민주계.
민정계 가릴 것없이 『3金을 모두 만족시키는건 내각제밖에 없고그래서 결국 개헌할것』이라고 관측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金대통령 발언으로 무성하게 피어오르던 개헌논의에 찬물이 끼얹어진 것만은 틀림없다.본격 추진을 내세운 자민련이 이를어떻게 되살릴지는 미지수다.
김종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