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일의 영어 말하기 A to Z] ‘가족 이야기의 밤’ 열어 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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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스토리텔링을 연습할 때 가장 좋은 소재는 나 자신의 이야기다. 특히 초등학생은 가족과 친구 간의 에피소드로 연습하는 게 좋다. 초등생들의 말하기 공부는 놀이로 접근해야 한다. 낯선 사람 앞에서 어려운 주제로 발표하고 토론하기 전에 친한 사람과 함께 일상적인 소재로 말해야 실력이 높아진다. 랩실에서 혼자만의 말하기 연습을 반복하거나 얼굴도 모르는 원어민과 전화영어만 반복해선 초중급 영어 말하기 수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영어로 길게 말하는 연습을 처음 하는 경우 누구나 떨린다. 이 경우 우선 거울이나 벽을 보고 연습한다. 마음이 편한 장소에서 상상 속 청중에게 이야기하듯 1~5분간 멈추지 않고 스토리텔링을 한다. 익숙해지면 가족이나 친구를 청중으로 두고 연습한다. 친한 사이라도 연습을 할 때는 반드시 일어서서 큰 소리로 말한다. 서 있는 눈높이에서 주목받으며 말하는 연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스토리텔링 문화가 낯설면 이벤트를 기획해 보자. 예를 들면 ‘가족 박스(Family Box)’ 활동으로 말하기를 격려해 본다. 가족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물건이나 사진을 상자 안에 집어넣고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스토리를 하나씩 말해 보는 것이다. 영어로 할 수 있으면 영어로 하고, 어려우면 한국말로 한다. 정기적으로 ‘가족 이야기의 밤(Family Stories Night)’을 여는 것도 좋다. 스토리텔링 문화를 가정의 전통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학교에서 스토리텔링 축제를 기획하는 것도 권할 만하다. 학생들 각자 자신만의 스토리를 준비하면 발표, 웅변, 토론대회보다 더 매력적인 행사로 만들 수 있다. 가정에서 스토리텔링을 할 때 자녀들의 마음이 들떠 있어 누그러뜨리기 쉽지 않을 때가 있다. 산만한 행동을 하거나 자꾸 웃으며 말하기를 방해한다. 이때는 종을 치면서 스토리텔링 시간임을 알린다. 뉴욕시립도서관의 경우 촛불을 켜면서 스토리텔링 시간이 시작된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연상시킨다. 

신동일 중앙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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