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大.이화여大生 PC통신 舌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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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서울대와 이화여대 학생들 사이에 PC통신을 통한 상호 비방전이 벌어졌다.
발단은 지난 8일 PC통신 「천리안 매직콜」의 서울대 통신동호회 게시판인 「자하연」에 『성형수술은 기본이고 주말에는 선이나 보러 다니는 이대생 1백명을 줘도 서울대 여대생 1명과 안바꾼다』는 내용의 이대생들을 비난하는 글이 게시되 면서부터.
이를 본 이대 동호회측이 흥분해 『잘난체하고 거만하기 이를데없고 고액과외로 돈벌어 차를 사서 예쁜 여자나 따라다닌다』며 서울대생을 공격하고 나섰고 양측 동호회에서 상대방을 비난하는 글들이 10여건 이상씩 올라오면서 양교의 자존심 대결로 비화됐다.이중에는 젊은이들간의 토론이라고 보기 힘든 근거없는 속된 비난이 많아 도저히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인들의 공간인지를 의심케 할 정도였다.간혹 이성을 찾자는 내용의 글도 있었지만 이미거칠어진 다툼 앞에서는 거의 무력 해보였다.
최근에는 한 서울대생이 『화장에만 신경쓰고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할 생각만 하는 속물』이라고 공격하자 이대생은 『고등학교때공부좀 잘 한 것 갖고 뻐기는 왕자병 환자』라고 맞받았다.
이런 원색적인 상대방 비난이 가능한 첫번째 이유는 쓴 사람의신원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 때문으로 보인다.
이들 동호회는 양교 재학생과 졸업생만 가입이 가능하고 「자하연」과 「팔복동산」이라는 게시판은 모두 익명으로 글을 올리게 돼 있다.
이에 대해 이대 교육심리학과 김태련(金泰蓮)교수는 『학력과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에서 서로가 우월감을 내세우며 은연중 가진편견이 익명성을 통해 나타난 것으로 즉흥적이고 충동적으로 인식하는 신세대 학생들의 한 단면』이라고 진단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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