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政略的 개헌론을 경계하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개헌(改憲)을 둘러싼 이런 저런 발언이 얼마전부터 정계에서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현행 대통령단임제엔 문제가 있다느니,그러니까 4년중임제가 바람직하다느니 하는 발언에서부터 여권의 내각제개헌 가능성을 점치는 발언과 15대국회에선 안되 지만 16대국회에서는 내각제개헌을 할 수 있다는 발언등 여러가지 형태의 개헌론이 시도 때도 없이 불쑥불쑥 나오고 있다.
물론 누구라도 개헌발언을 할 수 있고,특히 정치인이 정부형태에 관해 의견을 말하는 것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그러나 과거 여러차례 개헌을 둘러싼 헌정사의 오점을 기록한 우리로서는 개헌론에 대해서만은 대범하게 보아넘기기 힘 들다.더구나지금은 대통령선거를 1년여 앞둔 정권의 임기말 기간이다.이런 시기에 나오는 개헌론에 대해서는 신경이 더욱 날카로워질 수밖에없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정치인이 개헌발언을 할 때는 좀더 신중하고 책임있는 자세로 발언하길 주문하고 싶고,아울러 발언의내용과 진의를 명백히 해야 한다고 본다.가령 여권에서 최근 잇따라 변죽을 울린 단임제 문제론과 4년중임제 개헌론을 누구라도제기한다면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도 헌법 128조 2항에 명시된대로 개헌 당시의 대통령에겐 효력이 없다는 점을 명백히 하는게 좋을 것이다.
또 일부에서는 여권의 이런 저런 개헌발언을 임기말 권력누수방지를 위한 정략으로 보기도 한다.실제 권력연장을 위한 개헌이 불가능함은 어린애까지도 아는 일이지만 개헌가능성이 있는 것같은분위기 조성으로 임기말현상을 줄여보자는게 아니냐 는 관측이다.
그런가 하면 아첨용.탐색용으로 개헌애드벌룬을 띄워보는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우리는 이런 관측의 사실여부를 판단하긴 어렵지만 만일 이처럼정략적으로,또는 음모정치적으로 개헌론이 나온다면 경계하지 않을수 없다.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고 정국분위기를 해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정부형태에 관한 개헌론은 「우리나라에는 어떤 제도가 적합하다」는 소신에서 나와야 한다.지금까지 가만 있다가 임기말에 돌연「소신」을 밝힌다면 이상하게 보일 것이고,자기의 집권을 위해서는 어떤 제도라도 좋다는 집권편의용 주장이면 보 기가 딱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