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호 사건 관련 私設탐정 자칭 美 버디넬리 本社 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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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양호(李養鎬)씨 사건은 국제첩보전 양상으로 번지는가.23일오전3시30분.중앙일보 편집국 국제부에 미국인 헨리 버디넬리가시카고에서 전화를 걸어왔다.
전날 권병호(權炳浩)씨가 베이징(北京)의 리두(麗都)호텔에서한국특파원들과 만났을때 『22일 새벽 「헨리 버디넬리」라고 이름을 밝힌 정체불명의 미국인으로부터 나와 가족의 신변협박을 받는등 위험이 있어 미 대사관에 신변보호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한 바로 그 사람이었다.
자신을 사설 탐정이라고 소개한 버디넬리는 『현재 한 한국의뢰인의 부탁을 받고 權씨와 접촉중』이라면서 『權씨가 왜 이런 짓을 하고 다니는지 언론사에 직접 물어보고 싶어 전화했다』고 설명했다. -權씨를 왜 접촉했는가.
『22일 權씨와 통화했다.의뢰인의 부탁은 權씨가 이런 짓을 하고 다니는 이유를 알아내는 일과 이를 중단시킬 방법을 모색해달라는 것이다.』(權씨는 전화에서 폭로.도피행각을 벌이는 이유에 대해 모당을 거명했다고 버디넬리는 구체적으로 적 시했다) -權씨가 무엇을 노리고 있다고 보는가.
『지금까지의 행동을 중단하는 대가로 무엇을 요구하느냐고 묻자權씨는 「1백만달러 이상의 보상」을 요구해 일단 협상이 결렬됐다.이만한 액수는 나의 의뢰인에게도 부담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떻게 하겠는가.
『현재 權씨는 내 전화번호를 알고있어 일단 중국내에서 일정 지점에 자리를 잡으면 연락해 올 것이다.』 -왜 하필 중앙일보에 전화했는가.
『중앙일보가 매우 큰 신문사라고 들었기 때문이다.』(버디넬리는 자신의 전화번호와 의뢰인 신원은 밝히기를 거부했으나 추후 다시 연락하겠다며 기자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전화를 끊었다) 權씨가 22일 베이징의 한국특파원들에게 밝힌 버디넬리와의 통화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는 나에게 「어떻게 해주면 이 일을 그만둘 수 있느냐」고물어왔다.
그러면서 그는 「도와줄테니 지금 당장 미국으로 오라」며 「어떻게 돕겠다는 것이냐」는 나의 질문에 「공항에서 당신을 만나 돈을 주겠다」고 했다.
나는 「당신의 돈이 필요없다」고 하자 「그것만이 당신의 생명과 가족을 위하는 것」이라며 신변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투였다.만일 내가 수락하지 않으면 다른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고했다.「지금 어디서 전화를 거느냐」는 질문에 처 음엔 LA라고했다가 시카고.텍사스라고 말을 바꾸는등 횡설수설했다.』 이런 와중에 23일 오후 중앙일보 편집국에 權씨사건으로 큰 피해를 보고있다는 자칭 무기중개업자들이 익명으로 팩스를 보내왔다.
이 팩스는 그들이 베이징의 權씨와 두차례 전화 협상했던 사실을 공개했다.
그 내용이 버디넬리의 진술과 일치해 그는 이들 무기중개상의 대리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의뢰인들과 대리인 버디넬리는 權씨의 배후 동기를 특정세력과 연계된 돈거래로 몰고가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이 점에서 이들의 정체및 배후와 목적이 궁금해지고 있다.
진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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