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번호불러줘 통장 만들어-非과세저축 실명제 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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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금융기관들이 21일부터 시판된 비과세저축(가계장기저축.근로자주식저축)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금융실명제를 위반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이에 따라 재정경제원은 각 금융기관에 공문을 보내주의를 촉구하는 한편 추후 은행.증권.보험등 С 개 감독원을 동원,실명제 위반을 색출해 엄중 문책할 방침이다.이와관련,한승수(韓昇洙)경제부총리는 23일 오후2시30분 과천2청사에서 긴급 금융감독기관장회의를 개최한다.
◇사례=서울 구로공단내 T전기는 통장을 개설해달라는 거래 은행의 부탁을 받고 직원들 신분증 복사본을 건넸다.지방 출장 직원들의 경우 신분증 복사본이 없어 주민등록번호만 가르쳐 줬으나별 문제없이 통장이 만들어졌다.
회사원 朴모씨는 증권사에 다니는 친구로부터 근로자주식저축 통장을 만들어줄테니 주민등록번호를 가르쳐달라는 전화를 받았다.그친구는 목도장을 파 통장에 1만원을 넣어둘테니 나중에 찾아가라며 전화를 끊었다.
◇정부 입장=주민등록번호만 받아 통장을 개설하는 것은 실명제위반이라는게 재경원 금융실명단의 공식 입장이다.「금융실명거래 업무지침」에 따르면 통장을 개설할 때는 반드시 신분증 복사본이첨부돼야하기 때문이다.
고객의 집을 방문해 통장을 개설하는 것은 실명제 위반이 아니지만 이 경우에도 반드시 신분증 복사본을 받아둬야 한다.
◇원인=금융기관의 무분별한 경쟁에 1차적인 원인이 있다.특히세대별로 가장 먼저 가입한 1통장만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실명제 위반에 대한 징계가 미미한 것도 이런 결과를 낳았다는지적이다.실명제를 어긴 금융기관 직원은 건당 5백만원이하의 과태료를 물면 그만이다.가입자는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다.
◇정부 대책=재경원은 신분증 복사본이 첨부돼 있지 않은 통장을 색출해내고,각 금융기관에 실명제 위반 직원은 물론 상급자에대해서도 자체 중징계하도록 요구하기로 했다.아울러▶남의 명의를빌려 통장을 개설해주는 차명 알선과▶통장 개설 날짜를 앞당겨 먼저 가입한 것처럼 속이는 행위▶1세대 복수통장을 권유하는 행위등을 집중 단속키로 했다.
한편 1세대 1통장 비과세에도 불구하고 여러 통장을 만들고 있는 경우가 적지않을 것으로 보고 대비책을 강구하기로 했다.
고현곤.박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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