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이야기] 車보험 가불금 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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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가전회사 영업사원인 郭모씨는 최근 고객을 만나러 차를 몰고 나갔다가 교차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반대편에서 오던 승용차가 신호를 무시하고 달려와 郭씨 차를 옆에서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郭씨의 차가 크게 부서지고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당했다.

그러나 가해자의 보험회사는 당시 목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郭씨가 피해자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우겼다. 결국 郭씨는 가해자의 보험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郭씨는 보험금을 받지 못해 치료비조차 내지 못하는 처지에 몰렸다.

고민하던 郭씨는 지난 2월 가불금제도가 교통사고 피해자에게 유리한 쪽으로 개정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가불금이란 자동차 사고로 죽거나 다친 피해자 또는 가족 등이 보험회사와 최종 합의하거나 법원의 확정 판결을 받기 전에 가해자의 보험회사에서 책임보험 금액의 50%까지 미리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 제도는 그동안에도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10조에 명시돼 있었으나 지금까지는 가불금 지급기한이 명시돼 있지 않은 데다 처벌조항도 없어 유명무실한 조항이 돼 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8월 가불금 규정을 고쳐 지난 2월 22일부터 새 규정을 적용키로 했다. 이에 따르면 보험회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10일 이내에 피해자가 요청한 가불금 지급을 거절하면 미지급 가불금의 두배나 최고 20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게 했다.

이로써 피해자는 입원기간에 예상되는 치료비, 휴업 손해 등의 50%를 미리 청구할 수 있어 소송이 진행 중인 기간에도 최소한의 보상은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소송 후 보험금이 확정되면 기존에 받은 가불금을 제한 금액만 받게 된다.

소송에 질 것을 알면서도 피해자가 억지를 부려 가불금을 타 가는 경우 정부가 보험사에 이미 지불한 가불금의 70%를 보상한 뒤 피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한다.

◇도움 글 주신 분=자동차보험소비자연합 강신욱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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