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豊年-농사가 잘 되어 곡식이 넉넉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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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豊의 豆는 제기(祭器)의 모습인데(95년 9월1일자 「園頭幕」참조) 후에 「콩」으로 가차(假借)되어 한(漢) 이후 菽(숙)자 대신 쓰였다.
풍은 제기(豆) 위에 잔뜩 놓여 있는 제물(.祭物)의 모습으로 풍성한 느낌을 준다.풍만(豊滿).풍부(豊富).풍요(豊饒).
풍작(豊作)이 있다.
흔히 「풍」을 「豊」으로 쓰는데 사실 豊은 풍의 약자이자 禮의 고체(古體)다.따라서 본디 발음은 「례」다.禮는 제사때 풍성한 음식(豊)을 차려 놓고 조상에게 정성과 감사의 뜻을 보여준다(示)는 의미다.또 제사에는 일정한 절차가 있 었으므로 그것이 현재 禮義의 「禮」가 되었다.
年은 늦가을 벼가 고개를 숙인 모습에서 따온 글자인데 그동안한자가 워낙 변해서 잘 알 수 없을 뿐이다.따라서 年의 본디 뜻은 「곡식이 익다」다.또 벼는 1년에 한번 익었으므로 年은 「1년」을 뜻하기도 했다.이 때부터 「시간」의 뜻으로 전용(轉用)되자 「벼가 익다」는 뜻은 벼를 뜻하는 禾(화)와 머리숙여생각한다는 念(념)을 덧붙여 稔(익을 념)자를 새로 만들어 표시했다. 豊年은 농사가 잘 되어 곡식이 넉넉한 것을 뜻한다.물론 그 반대는 흉년(凶年)이다.올해는 병충해도 많지 않았고 태풍마저 비켜 가 사상 유례없는 풍년을 기록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물론 땀흘려 가꾼 농부들의 노고도 한몫 하지 않았겠는 가.
자고로 「豊年에는 인심도 좋다」고 했다.앞으로 한 해 넉넉한 인심을 기대해 본다.
정석원 한양대 중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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