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우편.채팅통해 PC통신 사이버不倫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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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통신상에서 그를 알게 됐다…그는 날 잘 아는 듯싶다.전부는아니지만 주부라는 점과…지금 나는 갈등하고 있다.』 PC통신이미혼남녀에게 좋은 만남의 장이었지만 기혼남녀에게도 훌륭한 만남(?)의 장이 된다는 얘기는 그동안 「설마」라고 여겨지던 일이었다. 하지만 드라마 『애인』의 폭발적인 인기는 「불륜」을 수면위로 끌어내 활발한 토론에 붙이는데 성공했고 PC통신에는 마침내 자신의 「불륜」사연을 공개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기에 이르렀다.특히 한 동호회의 무기명 게시판에는 드라마 『애인』 의 방영 이후 하루 5~6건의 불륜사연이 게재돼 화제를 낳기도 했다. 이중에는 전자우편이나 채팅을 통해 서로 사귀게 된 일부 기혼자들의 이야기도 있어 「사이버 불륜(통신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의 불륜)」이 결코 먼 외국의 이야기가 아님을 실감케 한다. 대구에 사는 金모(31.무직)씨는 얼마전 주로 성인회원으로이뤄진 한 PC통신 동호회에 가입했다.몇번의 오프라인 모임(통신 동호회원들이 직접 만나는 모임)에 의욕적으로 참가했던 金씨는 몇몇 이상한 관계를 목격하고는 동호회를 그만뒀 다.
金씨는 『순수한 동호인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렇지 않은 몇몇 사람들로 인해 취지와 어긋난 길로 흐른다』고 밝혔다.
전자우편이나 채팅을 통해 불륜을 시도하는 이들로 인해 가정불화등의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서울의 李모(36.주부)씨는 PC통신의 한 동호회에 가입해 여러 회원들과 전자우편을 주고받던중 한 사람을 알게됐다.
회사원인 그 사람은 자신의 연락처까지 보내며 만나자는 편지를끈질기게 보내온 것.李씨는 남편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가 약간의승강이가 벌어졌고 결국은 PC통신을 그만뒀다.
李씨는 『답장을 보내지 않으면 하루에도 여러 통의 편지를 보내왔다』며 『당시를 떠올리기조차 싫다』고 말했다.
물론 PC통신을 통한 만남이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것은 아니다.PC통신에는 부부가 함께 참여하는 여러 동호회가 있고(본지 10월9일자 14면 「팔사모」참조)이러한 동호회활동을 통해 친분을 유지하며 가족문제를 서로 돕 기도 한다.
또한 미혼남녀들 중에는 PC통신이 인연이 돼 결혼까지 한 커플들을 모두 합하면 백여쌍에 이른다.특히 하이텔의 경우 지난 91년에 첫 커플이 나온 이래 지금까지 1백50여쌍을 맺어주는혁혁한 전과(?)를 올리기도 했고 마침내는 미혼 남녀의 만남을전문으로 하는 동호회가 생겨나기도 했다.
PC통신을 통한 미혼.기혼자의 연애에 대해 한국방송개발원의 부경희 박사는 『주로 집안에서 지내는 주부들의 경우 PC통신은바깥세상과 연결되는 통로의 역할을 하고있다.물론 이를 통해 옳지않은 사랑에 접근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쪽이 훨씬많다』고 주장했다.또한 부박사는 『앞으로는 「일」과 함께 인생의 절반을 차지하는 「사랑」에 대한 논의를 더욱 활발히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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