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내생각은…

인터넷법 제정, 윤리교육이 병행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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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정보화시대의 총아인 인터넷이 우리 생활을 크게 향상시키고 있다. 그래서 그 부작용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인터넷의 오용이 한 인기 탤런트의 목숨을 앗아갔을 때에는 잠시 인터넷의 오용을 막자는 여론이 비등했지만 이제는 다시 인터넷의 마력에 빠져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의 부작용은 우리의 정서를 계속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절제 없는 표현들은 지금도 얼굴 없는 무법자가 되어 우리를 괴롭히며 국민적 가치기준을 흔들고 있다. 이들 표현은 무례를 범하는 일을 예사롭게 하고, 또 자신의 한(恨)을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풀려고 한다. 이런 와중에 국민정서를 혼탁하게 만들어 급기야는 귀중한 생명을 앗아가는 결과까지 낳게 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사이버 테러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또 대다수 국민은 자신이 언제 사이버 해킹에 침범당할지 몰라 불안해하고 있다. 인터넷에는 타인을 음해하는 글들이 수없이 난무하고 있으며, e-메일을 열었을 때 원하지도 않는 글들이 실려 있을 때의 불쾌감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요즈음은 불쾌감을 넘어 e-메일 주소를 도용당하는 데 대한 불안감이 증가되고 있다.

인터넷상의 근거 없는 글들은 대부분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는 익명의 글들이다. 또 특정인이나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글들이다. 이 익명의 글들은 드물게는 익명의 가치를 인정해야 할 글도 있지만 대부분의 글들은 문명의 총아인 인터넷의 가상(假想)성·익명성·신속성·확산성을 악용하여 국민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피해의 정도는 날이 갈수록 심해져서,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수준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인터넷 오용에 관한 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오용을 근본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는 법 제정에 의한 처벌만으로는 부족하다. 근원적 치료는 인터넷 오용으로 잠식당하고 있는 국민정서를 바로잡는 일이다. 인터넷 오용에 무뎌져 가고 있는 국민정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인터넷 윤리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인터넷법 제정에 대해 정파 간 의견이 대립되고 있는데, 이는 민주국가에서는 당연한 일이고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사회 지탱의 근간이 되는 법 제정에 있어서는 정치권의 의견대립도 국민의 바람에 따라야 한다. 인터넷 윤리교육의 강화는 전문가들의 의견수렴을 거쳐 학교교육과 사회교육의 양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김병무 공주대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