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국악산책>10.전인평의'홍난파 주제에 의한 변주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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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음악평론가 윤중강씨는 전인평(全仁平.51.중앙대 교수.사진)씨의 작품을 달에 비유해 『저녁.밤.감춰짐,그리고 한밤중에 갑사 비단옷을 차려입고 머리를 곱게 빗고서 뒤뜰로 달구경 나온 이름모를 여인네의 드러나지 않은 한(恨)의 정서가 여과돼 있다』고 말했다.그러나 그의 창작세계는 한마디로 외래음악을 받아들여 향악화(鄕樂化)로 가는 구도자의 과정이다.
향악화란 예부터 중국을 비롯한 서역지방의 음악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외래적 요소가 우리 음악과 자연스럽게 융화되는 과정을말한다.그는 이러한 시대정신을 고집하면서 시대에 맞는 음악을 만들어왔다.전통음악이 일반인에게 소외된 지금 상 황이 향악화에대한 안일한 태도의 결과로 보고 생활 가까이 남을 수 있는 「귀의 맛」에 맞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는 것이다.
그가 인도 음악기행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을 발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최근 제43회 국립국악원 주최 한국음악창작발표회에서 초연된 『동방의 등불』도 인도의 타고르가 작곡한 노래를 주제로 3개의 가야금과 대금의 중주곡으로 작곡한 것이다. 88년 발표된 『홍난파 주제에 의한 변주곡』은 홍난파(洪蘭坡)의 가곡 『금강에 살어리랏다』가 전통적인 계면조와 유사한 선법으로 돼있음에 착안,이를 산조 리듬에 얹어 향악화시켰다.
이는 고려말에 들어온 송나라의 사악(私樂)『보허자』『낙양춘』이 조선조를 거치면서 본래의 음계가 재래음악과 다를바 없는 음계로 변화했던 사실에 주목한 결과다.全씨는 『인도의 경우 전통적인 「라가」가 지금도 인도인들에게 애호되는 것은 변주와 즉흥연주라는 방식이 음악을 화석화(化石化)시키지 않고 바꾸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팀파니와 마림바등 서양악기를 국악관현악에 사용하고 몽골.인도의 음악을 주제삼아 변주시키기도 한다.
또 서양의 음계를 전통적인 것과 관련시키는등 가능한 한 모든향악화의 방법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김미림〈작곡가.서울대 국악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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