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서울대 학부모의 준엄한 비판-학보에 익명 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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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단언하건대 내 아이는 지난 한학기 동안 단 한권의 책도 제대로 읽지 않았다.밖에서 배회하다 들어오면 전화로 잡담을 나누거나 PC통신에 매달렸다.』 올해 서울대에 입학한 딸을 가진 한 학부모가 최근 서울대 학보인 「대학신문」에 익명으로 기고한글의 일부다.
서울대에 입학한 딸이 고교때까지의 성실한 모습을 버리고 방종과 나태에 빠져드는 과정을 소개하고 질타하는 내용이다.
「96학번,내 딸의 학우들에게」란 제목의 글에서 이 학부모는『공부등 모든 면에서 바쁘게 생활했던 내 딸의 모습을 볼때면 힘이 솟곤했다.그러나 딸이 올해 서울대에 합격한뒤 나는 처량한기분에 잠기곤 한다』고 썼다.
고3때까지 모든 일에 열심이던 딸이 대학입학후 경쟁속에서 보냈던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상받으려는듯 밖으로만 나도는 것에 대한 준엄한 비판이었다.
이 학부모는 『내 딸은 상당한 아르바이트 수입이 있는듯 한데도 PC통신료나 여행비용은 엄마에게 타낸다』며 무분별한 소비행태와 염치없는 의타심도 꼬집었다.
또 『공부도 하지 않고 컴퓨터오락등에 매달린 딸이 지난 학기에 장학금을 타 놀랐다』며 『대학생들의 배회와 탕진은 교수들과의 합작품』이라고 지적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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