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증후군'딸 키우는 장현실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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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삶이 언제나 자신이 선택한 방향으로만 흘러가 주는건 아니다.
딸 은혜(7)가 「다운증후군」이라는 이름조차 생소한 장애를 안고 태어났을 때 장현실(張賢實.33)씨의 심경 역시 그랬다.
『출산 이틀뒤에 아이가 정상이 아니라는 선고를 받았어요.귀가뒤로 젖혀지고 코가 지나치게 낮은 얼굴 생김이 다운증 같다는 거예요.「나이많은 산모의 아이에게나 나타난다는 장애가 왜 내 아이에게…」라는 원망이 수없이 치솟았습니다.』혹시나 하는 생각에 임신중 두번이나 양수검사를 제안했던 張씨는 별문제 없을 거라며 자신의 요구를 무시했던 의사를 고소할 결심까지 했다고 한다.하지만 어느 순간 『은혜는 무슨 일이 있어도 태어날 끈질긴운명이었던 모양』이라는 깨달음과 함께 마음을 추스릴 수 있었다.그리고 장애를 천형(天刑)처럼 여기는 세상과의 모진 싸움이 시작됐다.
『얼마 안가 죽을텐데 그냥 내버려둬요.』다운증 아이를 어떻게키우면 되느냐고 의사에게 물었을 때 張씨가 들은 첫대답이다.분노와 절망을 딛고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다 서울강동구명일동의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에 들러서야 그는 비로소 어렴풋한 해 답을 발견했다.다운증이란 신생아 6백~8백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비교적잘 알려진 병이며 정상인에 비해 신체적.정신적 기능이 뒤떨어지고 합병증 위험이 높지만 환갑을 지낼 정도로 장수할 수도 있다는등 다소 희망적인 정보들을 얻게된 것 .특히 이미 다운증 아이를 둔 부모들이 모여 「다운회」란 법인을 결성,서로 정보도 나누고 어려움도 함께 하고 있다는 소식엔 귀가 번쩍 뜨였다.
「선배」 부모들로부터 받은 절실한 도움에 대한 보답이랄까.은혜를 키우는 와중에도 책 표지며 삽화를 그리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란 직업을 놓지않아온 그는 지난해 가을부터 소중한 육아체험을 만화로 구성,다운회 계간 회보에 연재하고 있다.또 알고연락하는 사람에겐 힘 닿는대로 관련 자료를 보내주고 상담해 주기도 한다.
『정상아와 다름없이 자연스럽게 키우라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얘기입니다.부모가 움츠러들고 숨기려 하면 아이는 더욱 뒤떨어질뿐이지요.』1주일에 한번씩 가톨릭교회 장애인 조기교육프로그램에참가하고 아직 3~4세 수준인 언어능력 향상을 위해 개인 언어치료도 받는 은혜를 18개월 무렵부터 굳이 동네 일반 놀이방에보내는 것은 張씨의 이런 고집 때문이다.또래 아이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사회성을 키우는 것보다 은혜에게 더 소중한 체험은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남보기에 깔끔하게 옷을 입히고 자칫 스트레스로 비만이 되기 쉬운 장애아의 특성을 고려,멸치.미역등을위주로 건강식단을 짜는 것도 은혜를 정상아처럼 키우려는 張씨의노력이다.
『아이가 놀이방에 가 있는 오전시간에 주로 제 일을 합니다.
「장애아 엄마 주제에 무슨 일을…」이라는 곱지않은 시선이 있다는 것도 알아요.하지만 엄마가 자기 인생을 활기있게 살아갈 때아이에게도 최선을 다할 수 있지 않겠어요.』 장애아도,장애아의엄마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걸 당당하게 보여주고 싶다는 張씨의 주장이다.
***다운증후군*** 정신지체와 선천성 심장병등을 동반하는 유전성 질환.소아세포내21번 염색체 이상으로 나타난다는것 외에 정확한 발병원인은 아직껏 밝혀지지 않았지만 산모의 연령이 높을수록 다운증후군 신생아가 태어날 확률이 높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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