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포드·크라이슬러 파산 경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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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호 28면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로 퍼지고 있는 가운데 제너럴 모터스(GM)·포드·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빅 3’의 파산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미 자동차 회사들의 위기는 예전부터 나온 얘기지만 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실물경제로 전이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에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로버트 슐츠 애널리스트는 10일(현지시간) “미 자동차 빅 3가 글로벌 신용위기로 미국 내 판매가 줄면서 파산 위기에 몰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빅 3의 회생 노력에도 불구하고 “거시경제적 요인들이 어느 시점에서 빅 3를 압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S&P는 전날 내년 자동차 판매가 1992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급락할 우려가 있다며 GM과 포드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현재 GM과 포드의 신용등급은 ‘B-’로 이미 투자적격 등급보다 여섯 단계나 낮다.

GM 주가는 9일 뉴욕 증시에서 4.76달러까지 떨어졌다.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26억 달러. GM 주가가 고점이었던 2000년의 524억 달러에 비해 94% 하락했으며, 증시가 폭락하며 대공황의 시작을 알렸던 29년의 시가총액(40억 달러)마저 밑도는 수준이다. 10일 GM 종가는 전날보다 2.7% 오른 4.89달러를 기록했다.

GM은 올 2분기 155억 달러의 적자를 냈다.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 인터넷판은 9일 “GM이 보유한 현금은 240억 달러지만 매달 10억 달러씩 까먹고 있으며, 월스트리트발 위기 이후 그 규모가 더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두 달이 중요한(critical)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GM과 딜러, 잠재 고객 모두 신용위기 때문에 돈을 빌릴 수 없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프레더릭 핸더슨 GM 대표는 “신용 시장을 정상화하는 조치만이 자동차 산업에 중요하다. 단지 필요한 건 그것뿐이다”고 말했다. 자동차시장 조사업체인 J D 파워는 올해 자동차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200만 대 줄어들 것이란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결국 금융위기를 맞은 자동차 구매 고객이 언제까지 지갑을 닫고 있을지가 빅 3의 운명을 좌우할 것 같다. J D 파워의 게리 딜츠 부사장은 “소비자가 자신의 연금(401k) 펀드의 운용실적 보고서를 읽게 되면 현금을 꼭꼭 쌓아 두려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1년 이상 자동차 구매를 미룰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GM이 크라이슬러를 합병하거나 인수하기 위한 예비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11일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GM이 크라이슬러 지분 80.1%를 보유한 사모펀드 서버러스 캐피털 매니지먼트와 인수합병 협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버러스는 GM의 자동차 할부금융 자회사인 GMAC의 지분 51%도 갖고 있다. 협상이 성사될 경우 서버러스는 GM이 갖고 있는 GMAC의 잔여 지분(49%)을 넘겨받게 될 것이라고 WSJ는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NYT)도 이 협상에 관여하고 있는 소식통을 인용해 GM과 크라이슬러가 합병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논의가 시작된 지는 한 달 이상 됐지만 성사 가능성은 반반이며, 최종 결정까지는 몇 주 더 걸릴 것 같다고 보도했다. 두 자동차 회사가 합병될 경우 미국 자동차 업계는 기존의 GM-포드-크라이슬러의 ‘빅 3’ 체제에서 GM-포드의 ‘빅 2’ 체제로 재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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