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장에서>'超미니 機關'에 거창한 行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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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부산지방공정거래사무소 직원은 19명이다.소장의 직급은 서기관.4급이다.96년 예산은 1억4천7백만원.사무실 또한 은행건물의 80여평 정도를 빌려 쓰고 있다.
이런 미니기관이 1일 큰 손님을 치렀다.
행정위의 김인곤(金仁坤.국민회의)위원장등 국회의원 10명이 부산사무소를 감사하기 위해 현지까지 행차했다.
국정감사는 90년 8월 문을 연뒤 처음이다.
물론 기관의 규모로 감사의 여부가 정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문제는 내용이다.그러나 행정위원회의 감사내용 역시 『왜 바쁜국회의원들이 여기까지 내려왔나』는 의문을 들게 하기 충분했다.
의원들은 『직원의 청렴성 유지를 위한 복안은 뭐냐』『조직.인원의 확충계획이 있나』『불공정 약관의 시정 강화방침은 뭔가』등을 물었다.답변 또한『직원에 대한 정신교육을 강화하겠다』『공정위본부와 협의하겠다』는 내용들이었다.
그래서 오전11시 시작된 감사는 의원질의 1시간,소장답변 30분으로 짤막하게 끝났다.
그리고 의원들은 점심을 먹고 2일 수감기관인 광주 공정거래사무소로 떠났다.광주의 직원은 17명,부산보다 적다.
공정거래위 부산사무소 직원들의 표정에는 안도감과 허탈감이 겹쳐 나타났다.지난 20일동안 전직원이 준비작업에 투입됐었으니 그럴만했다.준비기간동안 일상적인 업무는 거의 내버려둔채 자료작성.의전에 모든 신경을 쏟았던 것이다.
이같이 작은 일선기관에 대해 국회의원 10명이 부산으로 광주로 돌면서 「거창한」국감을 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부산.광주 모두 사무실이 비좁아 남의 건물을 20만~30만원에 하루 임대했다.양측 기관으로선 이 비용만도 벅차다 .
오히려 오는 4일 실시될 공정위 본부에 대한 감사에서 지방사무소 업무 감사를 모두 소화하는 것이 「작은 정부」에 걸맞은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내실 국감」이 되지 않을까.
부산사무소의 한 직원은 『소장이 서기관급인 기관에 국회의원들이 온다기에 격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준비했다』면서 『형식적인 감사를 매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낭비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이재국 전국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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