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오버여행>섬싱 원더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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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밤새도록 노래부를 수 있는 행복.』 언젠가 웨일스의 새로운바리톤 브라인 터펠(31)이 인터뷰를 가졌을 때 이런 말이 나왔다.문자 그대로 그는 날밤을 새워서라도 부르고 싶은 노래를 끊임없이 부를 수 있는 열정과 힘과 드라마틱한 모든 것을 소유한,보기드문 성악가다.그 의 음성에는 윤기가,그리고 무한히 충전되는 에너지가 숨어있다.『오,얼마나 아름다운 아침인가』,뮤지컬 『오클라호마』의 낯익은 그 곡을 들을 때 우리의 시야가 갑자기 밝아진다.오,얼마나 시원시원한 목소린가.
이달 중순에 선보일 이 음반을 미리 들어보았다.부인할 수 없는 이 레코딩의 확실한 매력은 아주 잘 꾸며진 레퍼토리다.솔직히 로저스란 작곡가의 이름은 생소해도 영화와 뮤지컬을 두루 포괄하는 선곡에선 마음이 놓일 것이다.발리섬을 무대 로 한 『남태평양』,율 브리너의 인상적인 연기가 잊히지 않는 『왕과 나』,그리고 영원한 고전 『사운드 오브 뮤직』과 『오클라호마』가 이 음반의 중추다.
오페라와 예술가곡을 넘나들며 무서운 고속성장을 거듭한 이 젊은 바리톤에게 이미 이들 곡은 적어도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아니다.멋진,그리고 향수어린 1시간이 펼쳐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라인 터펠의 건강한 성질(聲質)을 누구에게나 권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무엇보다 간간이 드러나는이 음반의 약점은 터펠의 해석이 너무 어슷비슷하다는 점이다.『오,얼마나 아름다운 아침인가』의 무게가,그윽이 불려야 마땅할 『어느 아름다운 저녁무렵』(뮤지컬 『남태평양』)과 등가 관계에있다는 사실은 터펠에게 아픈 대목이다.하지만 결론적으로 그 「아픔」이 이 음반의 아킬레스건(腱)이 될 것같지는 않다.그러기에는 터펠의 재주가 너무 빛나므로 .
〈음반평론가〉 서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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